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애인 - 춘원 이광수

석전碩田,제임스 2005. 12. 6. 10:49

멀리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아버님 산소 주위에 백일홍 묘목 몇 그루를 심었고 내가 자란 마을의 뒷 산에 올라 야생 두릅도 꺾으면서 봄 을 맘 껏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늘 고향을 찾을 때 마다, 고향의 바람과 햇볕은 다르게 느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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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布施)를 배왔노라

임께 보이고자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持戒)를 배왔노라

임이 주시는 것이면
따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忍辱)을 배왔노라

천하 하고많은 사람에 오직
임만을 사모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선정(禪定)을 배왔노라

자나 깨나 쉬일새 없이
임을 그리워하고 임 곁으로만 도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정진(精進)을 배왔노라

내가 임의 품에 안길 때에
기쁨도 슬픔도 임과 나와의 존재도
잊을때에 나는 살바야(智慧)를 배왔노라

인제 알았노라 임은
이 몸께 바라밀을 가르치라고
짐짓 愛人의 몸을 나툰 부처시라고


춘원 이광수의 [애인(愛人)]이라는 시 입니다.


어제, 고향에서 볼일을 다 마치고 서울로 다시 돌아오기 전 가야산 해인사 인근의 어느 음식점에 가서 산채 비빔밥과 된장 찌개로 저녁 식사를 하는데, 벽에 붙어 있던 이 시가 맘에 들어 소개해 봤습니다. 시인은 이 땅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남여간의 사랑은, 우리가 하나님과 나누어야 하는 참 사랑의 그림자요, 비유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손에 닿는 것,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이 전부인 양 착각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공자망 인생(空自忙 人生)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2004.4.6)





내가 자란 마을 전경.. 야생 두릅의 모습....메밀 묵을 쑤시는 모습

▣ Knocking on Heaven`s Door sung by Bob Dy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