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끝나지 않은 여행, 2017벌초를 마치고...

석전碩田,제임스 2017. 8. 16. 06:53

끝나지 않은 여행.

 

맞습니다. 올 해 2017년 벌초 행사는 제게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여행입니다  

 

12일 일정으로 벌초를 하기위해 고향을 다녀 오는 계획이 마무리되었지만, 아직도 제게는 마무리되지 않은 여행처럼 느껴지는, 여운이 남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해마다 815일 광복절에는 온 가족이 원근 각지에서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또 선산 벌초를 하면서 앞서 간 선조의 삶을 되돌아 보는 귀한 시간인데, 올 해엔 특별히 고촌 할배의 친필 일기, <축일쇄록(逐日?錄)> 원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친필 일기를 보는 순간 후대 사람인 우리들이 제대로 공유하기 위해서는 현대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시급히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과, 이 일을 위해서는 나 스스로 물심양면으로 나서야겠다는,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벌초를 하고 왔지만, 아직도 뭔가를 마무리 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입니다  

 

고촌 배정휘 (1645~1709) 할배가 중앙 관직인 승지 벼슬 (지금의 비서실장 보직)을 하면서 보고 느끼고 기록해둠직한 것들을 일자별로 쓴 일기이니, 그 사료적인 가치야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입니다. 특히 당시의 역사적인 상황과 결부시켜 이해할 수 있도록 주석을 달아주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서울로 올라 오는 차 속에서, 이번에 동행했던 큰 아들 홍민이가 운전을 하면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아빠, 아빠 세대 사람들이 다 가시고 나면 이 벌초 행사가 계속 되어질까요? 우리 집 종손인 일동이가 계속 해 갈까요?"   

 

"당연히, 너희들이 이어가야지 뭔 뚱딴지 같은 질문을 하냐?"   

 

아들의 질문에 대해서, 선뜻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우리 아들들과 그 아래 세대에서도 이런 일이 계속되어지길 바라는 것엔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이쁘게 꽃이 핀, 지난 가을에 새로 심은 백일홍(배롱나무)이 제대로 자라나 큰 아름드리 나무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선산을 이 나무만 홀로 외롭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후손이 즐겨 찾아오는 꽃나무 그늘 명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큰 누나가 가고 싶어 하는 가천중학교 교정을 보기 위해 일부러 우산을 받쳐들고 찾았는데, 넓은 학교 교정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학생수는 전교생이 9, 그리고 교사는 4명 밖에 없다는 당직 교사의 설명에 놀랄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천중학교'가 아니라 '성주중학교 가천분교장'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처럼 한 학년에 350명이 넘는 일은 앞으로 천지가 개벽하는 일이 없고서는 기대하기가 어려울 듯 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전학을 오기까지 만 2년을 다녔던 시골 중학교인데, 누나들은 졸업을했지요.  

 

2016년까지 배출 된 졸업생 수가 자그마치 7,400명이 넘었던 학교치고는 너무 급속한 퇴락현상에 서글퍼지기까지 합니다. 교화인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교정을 한바퀴 돌고 나오는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벌초를 하러 고향에 내려 갈 때마다 하루 먼저 가서 1박을 하는 장소인 가야호텔’...벌초하는 당일 새벽에 일어나서 서울에서 부산스럽게 내려오는 것보다, 이렇게 느긋하게 호텔식 아침 식사를 같이 먹는 시간을 가지면서 여유를 부릴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