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축일쇄록 번역을 위한 첫걸음

석전碩田,제임스 2017. 8. 24. 16:00

엊그제 수요일 오후 잠시 짬을 내서, 멀리 성남에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구 정신문화연구원)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815일 고향에 벌초하러 갔을 때, 이번에 경매로 다시 확보하게 된 우리 집안의 귀중한 자료인 <축일쇄록> 사본 한 권을 영현 친구에게 건네받아 갖고 왔습니다. 이유는 이것을 전문가에게 보여, 적어도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번역을 할 만한 사료적인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되어, 마음에 짚이는 한 사람이 있어 사본을 들고 온 것이지요.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창으로 함께 공부했던 친구 (임치균 교수)가 졸업 후 교수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생각난 것도, 이 책의 사본을 받아 든 후였을 정도로 사실 처음엔 염두에도 두지 않았습니다  

 

부랴부랴 수소문을 해서 연락을 했고, 수요일 만나기로 한 날이라 기쁜 마음으로 달려간 것입니다. 친구이긴 하지만, 사실 서로 전공이 달라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지낼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 이 일을 계기로 20대 대학원 시절에 만났다가 강산이 3번 바뀐 30년이 지난 50대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 셈입니다

 

책을 일별해 본 후, 친구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대략 읽어보니 일자별로 간단하게 적은 일기인데, 누구 누구가 찾아와서 만났다라든지 어떠 어떠한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기록한 걸 보면 생활잡기 정도의 글 같다는 것  

 

둘째, 뒷쪽으로 가면 초서가 굉장히 많이 섞여있는데, 초서의 경우 초서를 공부한 전공자의 도움이 있어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셋째, 학교 안에 초서를 전공한 다른 교수도 있고 본인의 제자 중에도 초서 전공하는 사람이 있으니 꼭 필요하면 번역하는데는 문제 없다는 것  

 

넷째, 일단 이번 주말까지 본인이 4-5폐이지 정도를 번역해서 나에게 보내줄터이니, 이런 내용의 책이라도 문중에서 번역할 의향이 있는지 논의해 보라는 것  

 

다섯째, 그래서 책을 번역하는 게 좋겠다고 하는 경우 본격적으로 번역 작업을 하되, 그 때는 번역료로 얼마 정도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몇 페이지를 맛배기로 번역을 해서 보내주면 문중의 사람들과 상의할 일이 앞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일 앞 페이지에, 이 일기책을 고물상에서 2만원에 입수한 전라도에 사는 어느 분이 첨언해 둔 한문 문장을 읽는데, 울 친구는 마치 우리 현대어를 읽듯이 술술 읽어내려가더군요. 창피하지만, 이런 집안의 귀중한 문서가 잘 보관, 관리되지 못하고 어느 고물상으로까지 가게 된 연유를 설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비싸지 않게 적정 선에서 번역이 된다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지만, 친구 의견은 신변잡기 정도라면 괜히 돈을 들일 이유가 있느냐는 개인적인 의견도 피력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어떤 내용인지 판단하기 위해서 본인이 한번 읽으면서 몇 페이지를 번역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모쪼록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잘 마무리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 연구실에서 친구와 셀카로 찍은 사진인데...엉망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