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담벼락을 기어 오르는 매미

석전碩田,제임스 2017. 7. 18. 14:49


매미에게 도시는 그리 썩 잘 어울리는 환경은 아닌 듯 합니다.

    

이른 아침 골목길에 떨어져 푸드덕 거리던 매미가 겨우 기어오른 곳이 처음 태어난 나무가 아니라 어느 집 키 낮은 블록 담장입니다. 처음엔 길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운동을 마치고 다시 돌아올 때 보니 저렇게 힘들게 바로 옆에 있는 담벼락을 바들 바들거리며 오르고 있었지요.  

 

점심 시간, 이번 8월 말로 30여년 직장 생활을 정년으로 마감하는 동료가 담담한 지금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동안 조직에서 입혀 준 알량한 크고 작은 명칭들이며 직함들, 그리고 입혀 준 여러 색깔의 옷을 다 벗고, 이제는 발가벗은 마음으로 세상에 나가는 심정이라고. 그리고 다가올 수많은 외풍들을 이제는 조직 안에서 맞는 것이 아니라, 홀로 대처하면서 맞아야 한다는 것이 쉬운 것 같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그 동료의 심정을 공감하면서, 오늘 아침에 봤던 매미가 생각이 났습니다. 얼떨결에 세상에 나왔지만, 첫 여정이 엉뚱한 곳에서 쉼터가 있을 것 같이 오르지만 결국 황량한 시멘트 담벼락을 오르는 매미같은 우리의 인생이 꼭 닮아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