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도대체 사는 게 뭐죠?

석전碩田,제임스 2017. 7. 5. 13:46

지난 주말에는 멀리 영천에서 과수원을 하고 있는 친구 집에 가서 복숭아, 자두 등 과일따기 체험을 하면서 12일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하룻밤을 보내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도란 도란 나누는 일은 참 귀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오십 대 후반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친구들의 삶의 사연들은 저마다 아픔이 있고 또 쉽지 않은 곡절들이 있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래도 어떤 삶의 이야기든 공감하고 이해하는 친구가 우리 곁에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되고 또 위로가 되었습니다.  

 

꿈 같은 12일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니 지난 주말 동안 밀려 있던 보고들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첫 보고는, 용역 경비 아저씨 중 한 분이 지난 30일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는데 심각한 병이랍니다. 평소에 본인도 암인 줄 몰랐는데, 대장암이 갑자기 터져서 큰 병원(삼성의료원)에 입원해 있으며 의식불명인 상태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곳 기숙사로 온 지가 올해로 만 5년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곳으로 온 후 얼마 되지 않은, 4년 전 쯤에 이 분이 오셨는데, 그 간 말 없이 참으로 성실하게 잘 근무해서 늘 고마워했던 분이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더 마음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두 번째 보고는, 1,066명이 사는 큰 기숙사 건물을 제어하는 두뇌와 같은 <방재실>이 지난 주말 더위에 실내 온도가 섭씨 30도까지 올라가서, 기계들이 셧 다운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방재실을 관리하는 학교의 관재팀이나 또 건물을 관리하는 건설팀에 여러 번 별도의 에어컨을 하나 달아달라고 얘기했지만 필요성은 모두 인정했지만 조그만 것 하나라도 결재 내기가 힘든 우리 조직에서 선뜻 나서주는 부서가 없어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위험 수위에까지 다다랐다는 것입니다. 방재실이 우리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이 아니라 용역들이 근무하는 공간이라 더 그랬을 것입니다.  

 

아침부터, 연달아 용역으로 근무하는 분들의 보고를 접하니, 마음이 더 무거워옵니다. 평소 사회적인 약자들의 호소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장 사무실의 직원에게 어떤 에어컨이 좋은 지 사양을 검토해서 보고 하면 내가 결재를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도 지나지 않은 어제 화요일 오전 일사천리로 총장까지 결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구매팀에서 구매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서류까지 넘겨주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폭염 주의보 발령을 알리는 문자가 두 번이나 배달되어 오는 걸 보니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릴 모양입니다. 모쪼록 새로 구입하는 에어컨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모든 기계들이 이상없이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주길 바랄 뿐입니다.  

 

아직까지 예순 둘 밖에 되지 않은, 젊다면 젊은 나이인 경비 아저씨는 오늘도 의식불명으로 중환자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서른이 넘은 아들과 이십대 후반의 딸이 하나 있는데, 아직 출가 전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불과 지난 주 금요일 저녁, 건강한 모습으로 멀쩡하게 근무하고 있는 것을 보고 퇴근했는데, 졸지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경을 헤매는 걸 보면서 우리가 '오늘'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러면서 가끔씩 하게 되는 질문, '사는 게 도대체 뭐지?'하는 질문을 또 해 보게 됩니다.  

 

도대체 사는게 뭐지요? 아니 이 땅을 살아가면서 잘 사는 게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