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4월 16일 화요일.. 화사한 봄꽃이 있을 법한 곳이라 생각해서 에버랜드를 갔지만 고속도로에서 에버랜드까지 이어지는 벚꽃 가로수길은 아직도 피지 않았더군요.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자연의 꽃은 아직 일러 그리 풍성하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튤립 꽃 바다에 푹 빠질 수는 있어 그것으로 작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에버랜드를 찾은 이래, 거의 20년 만이었습니다. 아마죤 익스프레스라는 급류 물살을 타는 보트도 타고, 동물원을 찬찬히 둘러보기도 하고, 또 이런 저런 탈 것들을 타면서.....
사실, 이 날은 막내 홍찬이가 2년간의 군 생활을 끝내고 마지막 10일간의 휴가를 나오겠다고 이야기했던 날입니다. 군대 생활하느라 고생한 아들에게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해서 하루 연가를 내고, 부대 앞에서 맞아주기로 했지만 결과는, 막내 아들은 여전히 부대에 남겨 둔 채, 두 부부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엉뚱한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말았던 것이지요.
요즘 같은 비상시국에 부대 경계 근무를 서는 아들이 근무서면서 졸다가 순찰자에게 발각되어, 부대 자체 영창에 가게 되면서 마지막 휴가가 5일이 늦어졌다는 소식을 듣는데, 가슴이 왜 그리도 답답해 오던지요. 마치 내가 영창을 가는 것 같은 아픔이 전해져왔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영창을 다녀온 후 걸려 온 아들의 전화 목소리는, 어느 정도 상황이 끝난 듯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제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왔습니다. 영창에 있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게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아들은 자기 보다 한참 후배인 헌병이 자기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과, 5일 동안을 정자세로 앉아 있어야 했던 것이었답니다.
아마도 이런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봄에는 유난히도 제가 화사한 봄 꽃이 피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봄꽃 이야기들은 많이 들리는 데 정작 제 주위에는 꽃이 통 없다는 생각.... 더구나 북한 정권이 연일 내뱉고 있는 전쟁 위협 발언은, 군 생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막내의 마음을 더욱 졸이게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들보다 더 심하게 제가 봄 앓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기왕에 쉬기로 한 날이니, 어딘가에라도 가서 봄꽃이나 실컷 구경하고 오자는 저의 제안에 두 부부가 찾은곳이 바로 에버랜드였습니다. 이 봄에는 화사한 봄 꽃이 핀 곳에 가면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으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봄을 심하게 타는 제임스인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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