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1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작년 이맘때 쯤, 직장의 동료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조용히 만나고 싶다고. 자기 방으로 좀 올 수 있느냐고...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나 싶어 부랴 부랴 그의 방을 방문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사연을 털어 놓기 시작한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경황이 없어 아직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면서 이야기하는 그의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학교 정문에서 교정을 거쳐서 자기 방으로 오는 아주 평범한 길을 걷는데도 숨이 차고 힘들었답니다. 그리고 옆구리 뒷 쪽이 마치 누구에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통증이 있어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기도 했는데, 증상에 차도가 없어 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더니, 폐암 4기라는 진단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입원하여 조직 검사를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 그가 나를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자기는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상담을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동료는 작년 9월부터 1년간의 유급 휴직을 하고 현재 병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 동료가 오늘 제 방을 찾아왔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서 병원을 다녀가면서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면서 방문한 그와 대화하면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같이 이야기 하는 중에 자꾸 눈물을 글썽이는 그가 안타깝기도 하고, 또 이런 힘든 중에도 일부러 찾아온 마음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대화 중에 그가 했던 한 마디가 아직도 귓가에서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삶의 문제, 그리고 모든 인간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에 대한 정답이 이제는 보이는 것 같아요. 그냥 내려 놓으면 되는 것을 왜 그리도 꽉 붙잡고 고집을 부렸는지...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그저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내려 놓으면 되는데...젬스도 그렇게 하라고, 얘기해 줄려고 일부러 왔어요."
누구보다도 움켜 잡으면서 놓치 않으려는 사람이 바로 이 동료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은, 마치 삶의 도를 터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같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이 분의 어눌한 말이 제 귀에는 어떤 음성보다도 더 크게 들렸습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그저 용서하고 배려하면 정답이 보인다는 말이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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