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처음 당해보는 아픈 경험 후의 단상들..

석전碩田,제임스 2013. 8. 14. 11:38

2 주간의 필리핀 봉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인천공항에서 마치 어느 깊은 더위 동굴에 갇혔다가 풀려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마닐라 공항에 내리자 마자 훅 다가 온 더위 때문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느낌이 그대로 몸으로 전달된건지는 몰라도, 왼쪽 귀 안에 대상포진이 발병, 모든 게 낯설은 곳에서 엄청난 고통과 싸워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에 도착한 지 나흘 째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갑자기 왼쪽 눈이 떠지지 않았고, 입이 우스꽝스럽게 옆으로 돌아가 있더군요. 깜짝 놀라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동료에게 보였더니, 구안와사(口眼喎斜)라면서 일을 당한 저 보다도 더 당황스러워 합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왼쪽 귀에 생긴 대상포진의 후유증으로 생긴 건지도 몰랐습니다. 간 밤에 극심한 통증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서 피곤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리가 봉사하고 있는 지역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일로일로 시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야 왼쪽 귀에 대상포진이 발병했고, 그 후유증(안면 신경 손상)으로 구안와사가 왔다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처방해 준대로 항 바이러스 약을 먹으니 곧바로 수포가 생긴 왼쪽 귀는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유증으로 생긴 구안와사가 문제였습니다. 왼쪽 눈이 감기지 않으니 조그만 바람에도 눈이 쓰라리기 시작했는데, 급기야는 그 불편한 이물감 때문에 왼쪽 턱 밑과 겨드랑이, 나중에는 온 몸이 경직되면서 대상포진 자체의 통증보다도 더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통증과 불편함, 그리고 그로 인해 지속되는 불면증과 식욕부진은 그 후로 거의 일주일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숙소 주방에서 일하는 필리핀 현지인이 열심히 미음을 준비해서 먹어보라고 권했지만, 더운 나라 음식에서 나는 특이한 향 냄새가 어찌도 역겹게 다가오는지...한 숟갈도 입에 대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버티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죽더라도 병원에 가서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입원을 하여 영양제를 맞으면서 이틀을 쉬고 나니 통증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더군요.  

 

러나, 미련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봉사단의 전체 일정에는 차질없이 모든 것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귀국하는 날의 제 모습과 마음은 마치, 썩은 호수 수면에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맑은 공기를 갈망하는 죽어가는 물고기 마냥, 한시라도 빨리 인천공항에만 도착하면 다 나을 것 같은 그런 심정이었답니다.  

 

런 모습에서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할건가 하는 놀란 가슴, 그리고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 못해서 오는 기력의 쇠퇴... 마치 일주일 사이에 10년은 늙어 버린듯한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누구를 만나면 제가 자주 했던 우스개 농담인, '올해 제 나이는 스물아홉'이라는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지도 깨달아지기도 했고, 이미 십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일흔 두 살이 되셨을 때 극심한 통증의 대상포진에 걸려 근 한달 간을 끙끙거리시면서 아파하실 때, 제대로 위로의 말도 한번 하지 않았던 제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이 났습니다  

 

러나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고 했던가요. 잠을 잘 수 없는 밤이 길어지면 질수록, 또 더 생생한 의식이 살아나면서 통증이 극심하면 할수록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16일 아침, 경건의 시간에 묵상했던 고린도후서 129,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짐이라"는 구절이 큰 글씨로 다가왔을 때에는, 극심한 고통 중에도 감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비롯해 그 후손인, 자기 사람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하신 것과, 신약 성경 고린도후서 129절의 바로 이 말씀이 일맥상통한다는 귀한 깨달음도 왔습니다  

 

러 번 여행 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협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면서(고후11:26) 사도 바울이 묵상했던 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그에게 속삭이신 129절의 말씀, '내 능력이 네가 약할 때 완전해진다'는 진리였던 것인데, 이 말씀이 웬 뚱딴지같이 구약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과 연결되었다는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스라엘 성지 순례를 다녀오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현지를 다녀오신 후 하는 그들의 말을 빌면, 사막과 황야로 뒤덮힌 이스라엘 땅이 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왜 일까요?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지정학적인 위치는, 오른 쪽으로는 메소포타미아(Mesopot amia: '두 강의 사이'라는 뜻, ,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의 가운데라는 뜻을 지닌 지역)의 비옥한 농경 문화에서 발달한 강력한 대국 바벨론, 왼쪽으로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나일강 유역의 강력한 철기 왕국인 이집트에 끼여 있는 지역입니다. 이런 땅에서 이스라엘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왼쪽의 강대국에 붙든지, 아니면 오른 쪽의 강대국에 붙든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살아계신 하나님만 의지해야 하든지 하는 땅입니다. 하나님이 당시 메소포타미아 깊숙한 지역인 갈대아 우르에 살고 있던 아브람을 불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약속하시고 부르신 행위를 비유적으로 잘 나타내주는 절묘한 땅이 바로 '이스라엘' 땅이라는 사실입니다. 오직 위를 쳐다 보면서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게 하는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습니다. 제가 이번에 겪었던 먼 이국 땅에서 만난 고통스런 질병을 통해서, 하나님은 제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신 것입니다. 약해져 있지만, 오직 위 쪽만을 바라보면서 도움을 간구할 때 내 능력이 온전해 진다는 약속을 하신, 바울의 하나님이 바로 저의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지요.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까, 내가 갇혔던 그 극심했던 더위 동굴이 바로 '젖과 꿀이 흐르는 굴'이었다는, 감사한 마음이 생기더군요  

 

*  

 

직까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합니다. 그러나 날마나 조금씩 조금씩 몸의 기능이 나아지고 있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얼마나 감사해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왼쪽 눈섶 위 근육이 부르르 떨리면서 되돌아 오더니, 어제 저녁에는 입안 깊숙한 곳으로부터 침샘이 제 기능을 하는지 마구 침을 분비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간과했던 신묘막측한 우리 몸의 기능에 다시 한번 놀라곤 한답니다  

 

는 병이고, 또 그 결말이 어떠함을 알기 때문에 차분하게 완쾌될 날을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그간 건강할 때 생각하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까지 둘러 보는 것을 훈련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려놓는 훈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