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한식일 성묘 나들이

석전碩田,제임스 2013. 4. 8. 10:49

한식일 성묘를 핑계로 12일 남녘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요즘의 기온을 두고 하는 말인 듯, 요란스런 봄 소식은 들리고 있지만 정작 봄꽃을 구경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던 차에, 열일 제쳐 두고 고향을 향했습니다.  

 

서울만 벗어 나면 이곳 저곳 봄 꽃이 만발해서, 지나가는 마을 마다 꽃대궐을 이룰 것이라는 상상은 아마도 나만의 속절없은 짝사랑이었나 봅니다. 가도 가도 봄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륙 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면, 내가 3년 동안 젊음을 바쳐 군대 생활했던 괴산을 거쳐 문경, 김천, 성주로 이어지는 직통로이기 때문에 이 길을 이용하곤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문경새재를 넘을 때까지 봄 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답니다.  

 

그러나, 문경새재를 지나자마자, 드디어 온 산이 진달래로 붉게 타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봄꽃 소식이 얼마나 요란했는데...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산은 마치 백열 전등을 한꺼번에 켜 놓은 듯하기도 하고, 아니면 마치 연기없는 산불이 말없이 타 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역시 봄을 맞으려면 남쪽으로 와야 된다는 말이 맞구나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고향 '성주'를 알리는 이정표가 저만치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합장하고 있는 산소 주변에는 할미꽃이 어찌나 그리도 많이 피어있는지....그리고 몇 년전 선산 주변에 심어 놓은 벚꽃나무 묘목이 어느새 어른 키보다도 훨씬 커져서 하얀 꽃을 만발하고 있었지요. 아버지가 평소 즐겨 마시던 소주 한 병을 부어드리면서, 지난 겨울을 평안히 지낼 수 있게 해 준 음덕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무덤 주변에 돋아나는 쑥을 캐면서, 마침 향천사에 놀러 온 비구니 스님과 아내가 오손도손 살아가는 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종교에 귀의해서 사역자로 살아가는 삶이건, 아니면 평범한 한 아낙으로 살아가는 삶이 건, 지금 이곳(Her & Now)에서 보이는 너와 나,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면 그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이라면서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성묘 후, 부곡 온천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화왕산성을 오르기 위해서 창녕에 도착했지만, 때 마침 내리는 봄 비 때문에 당초의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습니다. 봄 비를 맞으며 우포 늪 생태관에서 전망대에 이르는 야트막한 야산 길을 걷는 것도 꽤 괜찮은 산책이었습니다. 

 

 

 

 

 

 

▶고향인 성주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30분 가량 남쪽으로 가면 창녕에 다다른다. 우포늪 제방에서....

 

 

 

▶ 부곡온천 벚꽃 가로수 아래에서...

 

 

 

 

 

 

 

 

▶ 우포늪 생태관...봄 비 내리는 날

 

 

 

 

 

 

 

 

▶우포늪 생태관 ~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