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13일), 매년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하는 선산의 벌초를 잘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전국적으로 큰 비가 올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어 염려했지만, 미리 잡아 놓은 일정을 바꾸지 못해 강행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곳 고향 마을에는 벌초하는 내내 비가 내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뭉게 구름이 햇살을 가려주었고 또 시원한 바람 마저 쉴 새 없이 불어주어 얼마나 수월하게 작업을 끝낼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저는 하루 전 날 내려가 성주 한개마을과 성주읍의 5일 장을 구경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벌초하는 당일 새벽에 일어나서 부랴 부랴 내려갔다가 일이 끝난 후 또 먼 길을 재촉해서 달려와야 하는 게 싫어 몇 년 전부터, 벌초가 있는 날보다 하루 전에 내려갑니다. 그동안 "그 하루 전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어느 때는 조금 멀리 떨어진 거창 수승대에서 열리는 세계연극제를 보기도 했고, 또 어느 때에는 가야산 정상에 오르는 산행을 하기도 했지요. 그럴때마다 매번 의미있고 또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디를 한번 유유자적 둘러볼까 생각하다가, 옛날 고택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한개마을>과 마침 5일마다 열리는 성주읍내의 <성주시장> 골목을 둘러봤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시집 간 큰 누나와 딸(조카)이 동행해서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장을 거닐면서 시장 골목에서 올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성주여자고등학교를 바라 보면서, 졸업생인 누나는 옛 추억에 잠기면서 감개무량해했지요.^&^
한개마을..성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만들어 보려고, 옛 것을 복원하고 또 마을을 정비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아직까지는 손을 봐야 할 곳이 너무나 많은, 그래서 둘러보고 나오면서 느낀 제 나름의 느낌은, "아직도 한참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동향(?) 사람들이 돈과 에너지를 쏟아부으면서 뭔가를 한번 해 보려고 하는 의도는 엿보이는 듯해서, 너무 심한 말은 자제하고 싶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그저 돈만 쏟아붓는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만 명심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옛 정취가 느껴지는 골목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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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를 마친후 참석한 가족이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점식식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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