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除夜) - 배한조 한밤에눈이 소복이 내렸다.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이눈 속에 묻히고 세상은하얀 화선지다. 화선지 밑에는 그려진 밑그림이보일락말락 흐려지고 있다.연말 동참 모임도, 향우회 송년회도, 퇴직자 모임도, 종친회의 연말 송년회까지, 그리고오늘은 올해 마지막 새벽 수영도 끝났다. 누군가에게 준 아픔은 없었는지갚아야 할 마음의 빚은 없는지유엔난민기구에 자동이체했던기부금마저 끊고 나니 편치 않은 마음이 도사린그믐날의 밤은 깊어 가고 있다. 오늘이 지나면 또 오늘이 오고올해가 지나면 또 올해가 온다는 걸 알지만매번 그랬던 것처럼 수없이 맞는 이 마지막 밤,그려졌던 희미한 밑그림은이 마지막 밤에도 또변함없이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저 하얀 화선지 위에또 무엇을 그려야 할까?아니, 무엇이 그려질까? -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