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나무 -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이승 쪽으로 측광(測光)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나이를 생각하면병원을 나와서도 병명(病名)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11월의 나무는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나는 등 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 시집 (문학과지성사, 1998) * 감상 :황지우(黃芝雨) 시인, 극작가.1952년 1월 25일 전라남도 해남군 북일면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