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선생님 - 정양 중간고사 화학시험은 문항 50개가 전부 ○X 문제였다 선생님은 답안지를 들고 와서 수업시간에 번호순으로 채점결과를 발표하셨다 기다리지도 않은 내 차례가 됐을 때 “아니 이 녀석은 전부 X를 쳤네, 이 세상에는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제대로 채점하면 60점인데 기분 좋아서 100점” 그러시고는 다음 차례 점수를 매기셨다 모두들 선생님의 장난말인 줄로만 여겼는데 며칠 뒤에 나온 내 성적표에는 화학과목이 정말로 100점으로 적혔다 백발성성한 지금도 그 점수를 믿지 않지만 이 세상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른 일들이 옳은 일보다 많아지는 것도 나는 아직 믿지 않을 수가 없다 - 시집 (모악, 2016) * 감상 : 정양 시인. 1942년 1월 17일, 전북 김제읍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