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은 유난히도 추운 것 같습니다.
문득, 어디론가 가야하는데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 생각의 정체가 뭔가 되짚어 보면, 강화 병원에 계시던 엄마를 한 주에 한번씩은 꼭 찾아 보고 나서야 일 손이 잡혔던 지난 1년 반 동안의 생활이 습관이 되어 버려, 이젠 가야할 곳을 잃은 허허로움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리도 따스한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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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제가 다니는 교회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작년 이맘 때 쯤 교회의 담임 목사님이 교회를 사임하였고, 그 후임을 결정하는 과정, 그리고 사임하는 과정에서 교인들 간에 갈등이 적잖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담임 목사가 8월 한 여름이 가기 전에 다시 부임해 오면서 교회가 더 이상 술렁이는 건 그런대로 잠잠해졌지만 그 물 밑에서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채기들 때문에 아픔들이 남아 있지요. 이런 와중에서 젬스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처지에 있게 되었고, 흔들리는 교인들을 추스리기 위해서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이느라, 발버둥을 쳐야만 하는 상황 가운데 있었지요.
지난 가을에 40일 새벽기도회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것도 이런 일환의 한 부분이었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네요. 사람의 마음과 영적인 일을 다루는 일에 있어 '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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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결혼하기 전 청년 시절에는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성탄절과 년말년시의 흥청거리는 분요한 거리 분위기가 싫어, 북한산의 불광동 기슭 중턱 쯤에 있는 작은 기도원을 찾아 금식기도를 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한 해를 맞곤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저를 지탱해 준 힘은 그 시간들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몇 개월 후 곧바로 결혼을 했고, 그 후론 바쁜 생활인이 되어 한번도 그곳을 찾은 적도 없고 또 그런 한적한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년말만 되면 올라 갔던 그 작은 기도원을 생각만 하면서 지나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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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젬스는 교회에서 진행하는 년말 년시 특별 새벽기도회에 두 아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습니다. 비록 며칠씩 휴가를 내서 홀연히 한적한 곳으로 떠나지는 못하지만, 새벽 조용한 시간을 이용하면서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첫째는 그동안 앞만보고 달려온 나 자신을 위한 결단이고, 둘째는 청년 시절에 맛 봤던 그 추억들을, 두 아들이 십분의 일이라도 맛 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새벽에 쿨쿨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면 싫은 기색이 역력하지만, 하루 종일 생활하는 중에 가만히 살펴 보면, 나름대로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느껴지는 듯 해서 기쁩니다. 이것이 제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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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28일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재계약 여부를 평가하고 심사해서, 재계약을 하거나 또는 계약을 종료하는 업무를 요즘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계약되는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밝은 표정으로 찾아 오지만, 재계약이 거부되는 사람들은 제 앞에서 풀이 죽은 표정으로, 자기 자신을 오히려 부끄러워 하면서 몸 둘 바를 몰라하더군요. 제 개인적으로, 이 일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바가 참 많습니다. 이렇게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어쩌면 또 다른 한 해 재계약하는 결산과 같은 것인데,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나를 되돌아 볼 때, 재계약이 거부되는 사람들과 같이 스스로 부끄러워서 '왜 내가 재계약이 되지 않느냐, 이유가 뭔지 설명해 달라'고 당당히 따지지도 못한다면 얼마나 비참할까를 생각해 봅니다. 혹시 나는 내 스스로 평가할 때 그러지는 말아야 할텐데 하는 그런 생각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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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한 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지난 한 해 베풀어 주신 후의와 배려에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더욱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술년을 보내고 정해년을 맞는 즈음에 제임스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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