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삼일절..망중한을 즐기며

석전碩田,제임스 2006. 3. 1. 22:38

삼일절입니다.
춘 삼월이 오긴 하네요.

오랜만에, 아무 계획없이 그저 늦잠을 자면서 하룻 날을 맞습니다. 밖을 내다 보니 자동차 위에 거의 5센티미터는 될 성 싶은 눈이 하얗게 쌓였습니다. 없어진 대문이지만, 태극기 내다 걸고 차 위에 쌓인 눈 털어내고 나니 벌써 한 나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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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담장 허물기를 하면서 마당 한켠에 있던 난초 뿌리를 캐서 옮겨 심었는데, 며칠 전 문득 옮겨 심어 놓은 곳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마치 자기를 기억하고 있느냐는 듯이 여러군데 뾰족이 얼굴을 내밀면서 난초 싹이 올라오고 있었으니까요. 얼마나 반갑던지요. 아마도 며칠 있으면 꽃대가 쑥 올라와서 멋진 난초꽃을 피울 것입니다. 그리고 이내 져 버리고, 그 곳에서 난초 잎들이 무성하게 자랄 것입니다.

해마다 봄을 맞을 때면,
봄의 냄새를 가장 먼저 맡는 건 바로 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듯 한데, 땅은 언제 봄 기운을 맡았는지, 벌써부터 만물을 움트게 하고 있는 걸 느끼곤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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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둘째 조카가 지난 가을부터 우리 집에 와 있습니다. 군 입대를 준비하기 위해서지요. 기왕에 군입대를 할려면 장교로 군복무를 하는게 좋겠다고 한 달 전에 통역장교 시험을 봤는데, 어제 발표가 있었습니다. 신체검사에서 혈압이 약간 높게 나와서 그동안 많이 걱정을 했지만, 최종 합격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자기가 합격 턱을 낸다고 홍대 앞 OutBack Steak에서 거금을 썼습니다. 기분 좋은 저녁 만찬이었지요. 사실 우리 집안에서는 첫 장교인셈이어서 제가 제일 기뻤습니다. (아마도 알만한 분은 아실 것입니다. 장교와 관련해서 아픔이 있는 저의 이야기를...)


조카의 늠름한 모습(왼쪽), 그리고 아웃백에서의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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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는 조카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벼룩시장도 구경하고, 청계천도 둘러보고 또 교보문고에도 들리는 [서울 다운타운 배회하기]를 해 보기로 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져보는 망중한의 즐거움입니다.


(왼쪽)물이 흐르는 청계천에서..(가운데) 풍물벼룩시장에서 재미난 구경도 하고...(오른쪽)밀리오레 9층 식당가에서 내려다 본 동대문야구장과 축구장(풍물벼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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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간 신문에는 홍대 초대 건축대학장에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빌모트(Wilmotte)를 초빙한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사람보다 더 유명한 사람인 리처드 마이어를 모실려고 시도를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빌모트와  최종 합의가 된것이지요.
어젯 밤 늦게까지, 이런 일을 포함해서 개강 준비를 위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오늘의 이 여유가 더욱 값지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