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05년 마지막 날 산행(백운대 정상)

석전碩田,제임스 2006. 1. 2. 14:49


일시 : 2005년 12월 31일 오전9시 ~ 오후3시
코스 : 북한산성매표소~대서문~보리사~대동사~약수암~위문~백운대~위문~만경대~노적봉우회~노적사~중성문~대서문~북한산성매표소
소요시간 : 6시간
참석자 : 김경*, 이덕*,제임*,정은*


2005년 마지막 날 토요산행은 백운대 정상을 오름으로써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있는 산행이었습니다.

전 날 내린 눈 때문에 빙판길인 대서문까지의 길을 미끄럼타듯이 걸었지요. 가끔씩 오르내리는 차량들은 연신 헛바퀴를 돌릴정도로 바닥이 미끄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산행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에는 포근한 날씨 탓에 거의 다 녹아 있었지요. 이른 아침의 낮은 기온 때문에 길이 얼어있었기 때문이었죠.
말하자면 이른 아침의 빙판 길이 하루 종일 우리 일행이 하루 종일 빙판 길을 조심하면서 오르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부터 우리는 아이젠을 단단히 착용했습니다. ^&^

보리사에서 대동문을 거쳐 위문까지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짧은 코스여서 평상시에는 1시간 남짓이면 주파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빙판 때문에 조심스럽게 걷느라 거의 2시간 30분이 걸릴 정도였지요.

11시 30분 경에 위문(衛門)에 도착하여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백운대를 향해서 출발합니다. 북쪽 우이동 쪽에서 불어오는 계곡 바람이 무섭게 얼굴을 때립니다. 바위에 적당히 얼어 붙은 눈 때문에 잔뜩 긴장해야 했고, 또 정상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바람과 추위를 느낍니다. 그렇지만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백운대 정상 정복 산행이니 만큼 우리 일행은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세찬 바람과 싸우면서 결국 해내고 말았습니다.

하얗게 눈옷으로 갈아 입은 삼각산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멋진 겨울 설경이 연출됩니다. 멀리 향로봉에서부터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 보현봉, 그리고 그 앞으로 의상봉 능선과 응봉 능선, 또 서쪽 먼 곳으로 일산과 파주, 구파발이 한 겨울의 기운 속에 누워있는 모습이 정겨워보입니다.  정상에 꽂혀 있는 태극기는 세찬 바람 때문에 오토바이 한대가 지나가듯이 나부끼면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곳까지 올라와 준 산행객들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그리도 요란스럽게 하더군요. ^&^

우리가 다시 위문을 거쳐 만경대 가운데 쯤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서 양지바른 곳을 택해 앉을 때에는 거의 12시 50분이 지나고 있었지요. 그러니까 백운대를 다녀오는데 걸린 시간이 1시간 남짓 걸릴 정도로 평소보다는 두 배의 시간이 소요된 것입니다. 미끄러운 눈길 탓이었습니다.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주섬 주섬 내려놓고 뚜껑을 열어보니, 잘 차린 한정식이 부럽지 않습니다. 없는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반찬과 따끈 따끈한 국과 요리들, 그리고 눈 덮힌 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대자연의 정원을 내려다 보면서 먹는 음식이란....
"이거 살찌는거 아냐!!"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

하산하는 길은, 정식 등산로가 아닌 노적사로 곧바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보니, 눈과 낙엽에 덮힌 등산로를 잘 찾지 못해 헤매기도 했지만, 호젓한 스님들의 산책로가 일품인 하산 코스였습니다.
늘 웅장하게 솟아 오른 거대한 바위 노적봉을 멀리서만 바라 보다가,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 바라 볼 수 있는 코스였습니다.

노적봉에서 바라 본 의상능선..오른쪽부터 의상봉,용출봉,용혈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문수봉...
새로 복원하는 노적사 뜰에서 감로수 한 잔으로 목을 축인 후 걸음을 재촉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돌아갈 길이 바빴기 때문이지요.

오후 3시 정각.. 마지막 음식점들이 산행객을 여기 저기서 호객하면서 맛있는 음식 냄새와 연기를 피우는 곳에 이릅니다. 기분 같으면 한 해를 보내면서 건배라도 한 잔 제의하고 싶지만, 역시 홍.기 산행의 전통인 "Cool하게 헤어지는 원칙' 앞에 유혹을 뿌리칩니다.

 

구파발 전철역에서, 2006년 1월 1일자로 발행된, 신선한 에너지가 넘쳐나는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게재되어 있는 신년호 신문을 모두 구입해서 한 아름 안고 돌아옵니다. 좋은 작품과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는 기대감이 돌아오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