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05.12.24 삼각산 산행(대서문-중성문-행궁지-승가사)

석전碩田,제임스 2005. 12. 26. 11:59
코스 : 삼각산 행궁지 코스(대서문 - 중성문 - 행궁지 - 서장대터 - 청수동암문 -(깔딱고개) - 사모바위 - 비봉 - 승가사 - 승가매표소 - 이북5도청
소요시간 : 4시간
오늘의 주제 : 성탄절 이브 눈길 산행 및 승가사 절밥 공양(절집 월담?)
참가자 : 김ㄱㅎ,제임스,김ㅇㅈ

조금은 빠듯하다 싶을 정도로 쉽지 않은 코스를 내달린 하루였습니다. 어제저녁,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오늘 새벽 2시까지 함께 지냈기 때문에 이른 아침 약속 장소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던 날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일초의 지각도 없이 전사들은 모였지요.(ㅂㄱ ㅅ, ㅈㅇㅎ, ㅎㅇㅅ 등의 기생들이 빵쿠를 냈다면 낸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9시 만남의 광장에서 찐한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 혹시나 늦게 헐레벌떡 뛰어 올 기생이 있을까 지체해 봅니다.

9시 5분..출발

오늘따라 정류장에 서 있는 초록색 북한산행 서틀 버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텅 비어 있습니다. 조금은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9시 20분..북한산성 도착

초입에서부터 내렸던 눈이 밟혀 적당히 다져진 반질 반질한 길은 미끄럽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미끄러워, 아예 차도로 내려서는게 더 편했지요. 더문 더문 부지런한 산행객들이 삼삼 오오 걸어가고 있었지만, 한산한 모습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동녘에서 떠 오른 햇살 때문에 눈이 부시도록 시립니다. 길게 늘어선 의상봉, 백운대의 산 그림자가 반갑게 우리들을 마중나와 악수를 청하더군요.
오늘 입장료는 경호 선배님이 기분 좋게 쏘셨지요. 그리고 그 기분을 연장시켜, 1년짜리 정기 입산증을 하나 신청을 했답니다. 거금 3 만원과 청년시절에 찍었던 명함판 사진 한 장을 내고 말입니다.
이젠 본격적으로 삼각산 도사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셈이지요. 그러면서, 앞으로 홍.기.기생 중에서 토요, 일요 산행에 동참하는 새내기가 있다면, 기꺼이 1년 정기 입산증을 위한 거금을 쾌척하시겠다는 의지도 피력하셨지요.
(짝짝짝!!! 이 대목에서는 열화와 같은 함성으로 박수를 쳐야 합니다. ^&^)

9시 30분..

대서문과 보리사 식당 촌 마지막 부근을 지나 본격적으로 산행 길로 접어듭니다. 여전히 오르막 길은 미끄럽게 다져진 눈 때문에 심하게 반질거립니다. 오늘 산행은 내내 미끄런 노면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9시 40분..

중성문 망루에 올라가 경호 선배님이 싸온 맛있는 간식(손수 만든 빵과 단감, 토마토)을 들면서, 삶은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는 철학들을 나누면서 짐짓 진지해 집니다.
새해에는 우리 홍.기의 모든 기생들이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여러 수를 내다보는 기가막힌 수(數)를 놓는 멋진 삶의 승리자들이 다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 들
이었지요. ^&^

10시 20분..

개울가에 눈에 덮힌 갈대 숲을 지나면서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참새들은 잠시 발을 멈춥니다.


그리고 잠시 후 행궁터로 접어드는 길목에 다다릅니다.
서어나무의 군락지이기도 한 행궁지는 1915년 대홍수 전까지 관리되었던, 104칸 짜리 왕의 피난처라고 안내 팻말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나면 왕이 피신해 오던 곳이라는 말이지요.

10시 50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행궁지 왼쪽 산 능선을 따라 오릅니다. 우리가 택한 오늘 산행 코스에서 가장 힘든 오름 구간일 것입니다. 12시부터 배식이 시작된다는 승가사 절밥을 공양받기 위해선 서둘러야 하는데, 이곳에서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뒤돌아서면 멀리 백운대와 노적봉, 인수봉과 만경대가 우뚝 솟아 보이고, 그 아래로 북한산성의 오롯한 모습이 하얀 눈에 덮혀 선명하게 전체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곳이라,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는 코스가 바로 이 코스의 특징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겁니다.

11시 30분

지금은 흔적도 없는 서장대가 있었다는 팻말이 서 있는 View Point에 섭니다. 왼쪽으로는 북한산성의 내부의 모습이, 그리고 오른 쪽으로는 의상봉 능선의 주 능선이 한 눈에 펼쳐집니다.
이런 비경을 두고 그냥 지나간다면 참새가 아니지요. ^&^ 활짝 웃는 모습으로 사진기 앞에 선 모습이 마치 삼각산의 아름다움을 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코스에서는 양 옆으로 이런 멋진 조망권을 놓치지 않는다는 잇점이 있지요. 의상봉 능선(왼쪽)과 백운대, 도봉산, 북한산성의 모습(오른쪽)

11시 50분

청수동암문..시간이 어찌나 빠른지요. 마음은 자꾸 바빠집니다. 이곳에서 부터 사모바위를 거쳐 승가사까지는 아직도 먼데, 시간은 10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금방이라도 12시 종이 "딩~"하고 울릴 것 같은 초조감이 다가옵니다.
하산 길을 대비해서 우리들은 이곳에서 아이젠을 착용했습니다. 올라올 때에는 조심스럽게 걸으면 되겠지만, 체중이 실리는 하산 길에서는 아이젠 없이는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눈이 없을 때, 그냥 바람 같이 지나다녔던 청수동 암문 ~ 사모바위 구간이, 눈길로 미끄러워지니 두 배로 멀어진 느낌입니다. 멀리 아래로 승가사가 보이건만, 시간은 12시를 넘어 20분, 30분을 넘어서고 있었지요.

12시 30분..

1시 배식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우리들은 아이젠을 신은 채로 달렸지요. 아마도 산악 마라톤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주 능선에서 승가사로 내려가는 길목으로 접어 든 후, 바쁜 마음으로 다가서다가 우리는 그 와중에서도 잔머리를 굴립니다. 정문으로 내려갔다가 108계단을 따라 올라가려면 도저히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아, 길이 없는 곳, 철조망이 쳐진 곳을 넘어서 경내로 진입하기로 합니다.
소위 말해, 점잖은 사람들이 월담을 하기로 한 것이지요. ^&^ 배낭을 먼저 구멍으로 던져놓고, 조심스럽게 철조망에 비싼 등산복이 찢어지지 않도록 움츠려 빠져나옵니다. 화장실 바로 뒷 쪽으로 말입니다.  아~ 위대한 밥 줄이여. 밥을 먹기위한 중생의 이런 처절한 몸부림을, 아마도 부처님은 이미 용서해 주셨을겁니다. 하하 ^&^

12시 50분..

유유히, 승가사 공양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대성공입니다. 따끈하게 데워진 콩나물 국과 물김치, 그리고 맛있는 무우채 나물....얼마나 맛있던지요.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지만, 처음 먹는 절밥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공양시간의 주제...남김없이 다 먹는 거였지요. 만약에 욕심 껏 퍼와서 남기면, 그 남긴 게 아귀(餓鬼)가 된다는 것이지요. 아이고 무서버라...남김없이 다 먹어버리자. 화이팅!!! ^&^

승가사 식당에서의 공양 모습....그리고 청수동 암문에서 하산하기 전 기념찰영

1시 40분..승가사에서 점심 공양

중생들은 할 수 없나 봅니다. 허겁지겁 입으로 넣고 나니, 이제 배가 불러집니다. 그제서야 주위가 돌아봐지게 되니 말입니다.
승가사.. 사모바위 바로 뒤 쪽으로 8부 능선 쯤에 위치한 이 절은 비구니(여자 스님)들이 거처하는 절이라고 하네요.
대웅전 뜨락에 앉으니, 천하재물이 부럽지 않고, 고관대작이 아쉽지 않았습니다. 따스하게 내려 비치는 겨울햇살은 마치 대웅전 마당에만 내리쬐는 듯, 어찌도 그리 평온한지요.
배가 부르니 모든게 해결되어 버리는, 아직도 먹는 문제에서 늘 허덕거리는 중생의 모습이었지요. 하하 ^&^

2시 30분..

이북 5도청 앞으로 완전히 하산을 합니다. 쉽지 않은 코스를 무사히 완주한 기념으로 서로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또 한 곳의 방앗간인 홍제동 은하약국을 들러, 쌍화탕 한 병씩을 나눠 마신 후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요.

이 글의 원본은 홍.기.회 게시판에 게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