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삼각산 상장능선 산행기

석전碩田,제임스 2005. 12. 10. 17:40
일시 : 2005.12.10(토) 오전9시25분 ~ 오후2시10분(4시간 30분)
참가자 : 젬스와 그 친구
코스 : 상장능선(솔고개 - 상장봉 - 왕관봉 - 육모정 고개 - 인수봉 백운대의 뒷쪽 5부 능선 - 효자비


빨간 선으로 그은 부분이 오늘 산행한 코스


오늘 하루는 종일 겸손한 산행을 한 날이었습니다.
각종 산악회의 총무와 대장으로 잔 뼈가 굵은 고수 동료를 어렵게 섭외해서 단독으로 산행에 대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며 기본 상식들을 교육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면서, 생전 처음 가는 코스를 밟으면서 제 나름대로, 이제는 많이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하루였으니까요.
특히 상장능선의 마지막 부분(크라운 봉이라고도 불리는 왕관봉)에서 곧바로 군부대 길로 떨어지지 않고, 육모정고개에서 5부 능선 길을 타고 약 2시간 정도 걸은 후, 그동안 자주 올랐던 숨은벽 바로 아래 부분으로 나오는 코스는, 오늘 같이 개인 교습이 아니고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비경의 코스그 자체였습니다.
여름에는 물 많은 계곡을 3 개나 건너야 하고, 가을에는 삼각산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연출되며, 또 겨울에는 세찬 계곡 바람 때문에 쌓인 눈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코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코스의 장점은, 이 코스를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랍니다.
사실, 오늘도 상장 능선에서 만난 2 개팀 정도의 산행객을 제외하곤 거의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지요.
상장 능선에서 북쪽으로 바라 본 도봉산의 절경과, 남쪽으로 바라 본 삼각산 뒷 면의 우뚝 솟은 위용, 그리고 다시 삼각산 중턱 쪽에서 바라 본 방금 지나왔던 상장 능선의 병풍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동시에 호흡할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한 산행코스였습니다.


(상 왼쪽)상장봉에서 바라 본 백운대,인수봉 뒷 쪽 면, (상 오른쪽)상장 능선에서 바라 본 도봉산
(아래) 백운대 쪽에서 바라 본 병풍같이 늘어선 상장 능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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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능선을 와서 왕관을 씌워드리지 않으면 안되겠지요?"라면서, 눈 때문에 왠만한 봉우리들은 조심스럽게 우회했지만, 마지막 왕관봉은 한번 맛을 보여드리고 싶단다. 그래서 상장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는 아슬 아슬한 리찌로 도전을 했지요.
"손이 좀 시리더라도 낀 장갑은 벗으시지요."라는 단호한 말 후에 먼저 바위에 착 달라 붙는 동료를 따라 숨가쁜 바위타기 하기를 몇 분...세차게 불어오는 계곡 바람 때문에 손이 얼어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발을 디뎌야 할 곳에 쌓인 눈, 그리고 그 밑으로 수십 미터 낭떠러지...바짝 긴장한 채로 벌벌 떨면서 결국 왕관봉 위에 섰을 때의 그 감격이란 해 보지 않는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그런 희열이었지요.

육모정 고개 위의 비석...그리고 겨울산 답게 하는 고드름..젬스와 동료의 모습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앞으로는 산을 대하는 마음을 더욱 겸손하게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지금까지 거의 만 3년을 줄기차게 삼각산을 올랐지만,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에서야 아직까지도 산에 대해서, 삼각산에 대해서, 그리고 산행 상식에 대해서 모르는게 너무 많다는 걸 새삼 알게된 것입니다.

오늘 내내 함께 하면서 겸손하게 나를 이끌면서 모범을 보여준 동료는 이 코스를 여름에 오를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삼천사 계곡 보다도 더 많은 물이 있는 계곡을 3 개씩이나 건너야 할 뿐 아니라, 호젓하면서도 우거진 수림들 때문에 성하의 뙤약 볕을 한번도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4시간 30분의 짧지 않은 산행을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