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시집 『국수가 먹고 싶다』(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2)
* 감상 : 1946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서 1976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지금까지 40년을 넘게 시를 써 온 중견 시인입니다.
지난 번, 그의 시 '커피 기도'를 소개하면서 그동안 펴 낸 그의 시집을 열거했더니, 강원도가 고향이신 분이 시집의 제목만 봐도 대번에 양양 출신인 줄 알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욕쟁이 할매 국수집을 언급하셨습니다. 그의 시집 '국수가 먹고 싶다'와 욕쟁이 할매 국수집과 어떤 연관이 있을거라고 아마도 추측하신 듯 합니다.
이상국 시인은 몇 안 되는 육필 시인(시를 컴퓨터 자판으로 쓰지 않고 자신의 친필로 직접 글을 써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원도의 자연을 소재로 웅숭 깊은 시를 써 온 그를 두고, 서울의 문인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강원도에 가면 설악을 만나고, 동해를 만나고, 또 이상국을 만난다'고. 그만큼 그는 강원도 토박이 시인이라는 것입니다. 밥보다는 국수를 더 좋아하는 그가 필시 양양에서 유명한 욕쟁이 서정순 할매(88세)가 운영하는 칼국수집에 가지 않았을리는 만무할 것입니다.
SNS 때문에 상대적 <카.페.인.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세상이 온통 큰 잔칫집 같이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삶의 모서리에 찔려 마치 가족같은 소를 팔고 허기진 마음으로 장에서 돌아오는 사람들, 울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시인은 그런 뒷 모습 허한 사람들과 욕쟁이 할매도 좋고, 시골 엄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따뜻한 국수 한그릇 함께 먹고 싶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들의 사연을 들으며 함께 먹는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은, 분주함 때문에 점점 인간성이 매몰되어 가는 우리들의 삭막한 삶 속에서 바로 나눔과 안식의 국수 그릇입니다.- 석전(碩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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