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살아야겠다 - 김탁환 작가 강연에 참석하고

석전碩田,제임스 2018. 12. 12. 11:19

어제는 퇴근 후에 교보문고에서 열렸던 소설가 김탁환의 신간 소설, <살아야겠다> 책 강연회를 참석했는데, 두 시간 남짓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가지 화두를 안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어느 지인 한 분이 내 블로그의 제목인 <바람이분다 살아야겠다>와 똑같은 제목으로 인문학 강좌를 한다면서, 링크해 준 안내문을 보고 관심이 있어 댓글 참여 신청을 했더니 선정되었다고 연락이 온 것입니다.

 

모처럼 교보문고에 들린 김에 년말 송년회에서 만날 몇 명 친구들에게 책 선물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책 제목을 여러 권 메모해 갔습니다. 평소에 읽었던 책 중에서 친구들의 성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각자에게 유익할 만한 책을 세심하게 생각했는데 대부분 품절이든지, 재고가 없다든지 하는 이유로 꼭 사고 싶은 책은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맞춤형 선물이 아니라 모두에게 같은 책을 주기로 하고, <당신이 옳다>(정혜신, 해냄)는 책을 인원 수에 맞춰 구입해 왔습니다.

 

이런 의외의 인연으로 참석한 강연회였지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 작가의 진솔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참석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연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작가는 작품을 하기 전에 질문을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어떤 삶이 잘 사는 삶인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약 천 번 정도 하다 보면 소설 작품으로 하나 나온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치열하게 사는 작가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올 해 전반기에 냈던 장편 <이토록 고고한 연예>가 바로 그런 질문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18세기, 이 땅에서 실제로 살았던 달문이라는 거지를 다룬 작품인데, 무려 8년여의 질문과 장고 끝에 탄생된 작품이라니 놀라왔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말은 이번에 나온 장편 <살아야겠다>와 관련하여, 그가 바라보는 우리 사회, 우리 대한민국은 바로 '위험 사회'라는 것.

 

94년에 있었던 성수대교 붕괴 사고, 95년의 삼풍백화점 참사 뿐 아니라 세월호 사고에 메르스 사고 등 잊을만하면 터지는 대형 사고. 2018년은 어떤가요? 용산 4층 건물 붕괴, 영등포 대형크레인 전복, 고양 저유소 화재, KT 아현 지사 통신구 화재, 강릉 KTX 탈선. 올해 일어난 주요 사고 일지입니다. 길 가다가 어느 날 땅이 꺼져서 죽고, 배 타고 가다가 배가 가라 앉아 죽고, 메르스 걸려 죄인처럼 죽습니다. 사고가 일어나면 맨날 '인재'였다고 말만하고 그 대책은 고작, 이제 그만 잊고 앞으로 나가자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그걸 자꾸 생각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자고 주장하면 좌파라고 올가미를 씌워버리는 사회, 바로 위험 사회입니다. 이제 그만 잊고 앞으로 나가자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그 사고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일 뿐, 언제 누가 그런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사회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995년 일어난 강도 7.2의 강진이후 철저하게 재난을 분석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을 뒤엎는 결과를 얻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재난 매뉴얼을 완성하여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대목에서는 부끄러움마져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잊고 지내자는 게 다였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나만 그 사고를 안 당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다였는데 말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수녀 분은 세월호 참사에서 사슴 같은 조카를 잃은 후, 이와 같은 위험 사회의 폭력 앞에서 투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강연회에서, 김탁환 작가는 비록 그들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며 또 법적으로는 시간이 걸리고 꽉 막혀있지만, 문학으로는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유년 주일학교에서부터 늘 설교를 듣고 또 세례를 받은 평범한 기독도이지만 설교를 들을 때마다 의문이 되었던 질문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진짜 성경에서 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진짜 그게 가능한걸까‘  이런 질문에 목회를 하는 심정으로 소설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문학으로 그 해답을 풀어내고 있다는 개인적인 고백을 한 그는, ‘위험 사회를 살아가면서 절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줄 아는 치유하는 탁월한 이야깃꾼, 귀한 목회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