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반복 - 신평

석전碩田,제임스 2018. 10. 13. 14:10

반복  

- 신평

 

 

이제 막 날갯짓 하려는 아들에게  

넥타이 매는법을 가르쳐 준다  

그 옛날 아버지가 텁텁한 냄새의 입김으로  

나에게 가르쳐 주었던 똑 같은 방법  

아버지와 달리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한다  

 

구부려 올려다보는 아들의 어깨 너머  

그가 겪어나갈 신산(辛酸)의 세월이 겹겹이 둘러섰다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 훨씬 더  

세상은 차갑고 무섭단다  

 

내 힘 한 점 소용없을 때까지  

네 기력을 돋울 군불이 되고 싶건만  

 

이미 달빛이 된 아버지  

나도 곧 달빛으로 오른다  

아들은 그 아들에게 넥타이 매는 법 가르치며  

그 옛날 자신의 숨결과 닿았던 내 숨결을 기억하리  

 

생의 반복은  

엄숙하고 슬픈 되새김이다   

 

- 시집 산방에서(책만드는집, 2012)  

 

* 감상 : 큰 아들을 분가시키고, 작은 결혼식이랍시고 주위에는 알리지도 않고 은글슬쩍 결혼식을 치루었다는 비난이 참 많습니다. 그렇지만 가까운 가족들끼리 저녁 한 끼 먹는 자리는 이 해가 가기 전에 마련할 예정입니다.  

 

어제는, 나보다 스무살이나 많은 사촌 형님께서 멀리 합천 가조에 사시는 연로하신 손윗 누님을 찾아뵙고 얘기하는 중, 아버지 어머니께서 결혼할 때 찍었던 사진을 발견했노라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습니다. 한 쪽이 찢어진, 그러나 아버지 어머니의 결혼 당시 젊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사진을 보니, 그 손자가 결혼하여 새 가정을 이루며 막 날갯짓을 하려는 이 싯점이 참으로 감개무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부모님이 이 세상과 이별한 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16, 1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시인이 노래했듯이 '엄숙하게 반복되는 삶의 슬픈 되새김'을 생각하게 됩니다.  

 

오래전 장동건 고소영 결혼식에서 이어령 박사가 주례사를 통해 소개한 황금잔' 전설 이야기. 

 

로마시대 한 제사장이 집에 도둑이 들어 은수저를 도둑맞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황제가 위로를 하자 제사장은 오히려 싱글벙글했습니다. 도둑이 딴 집에서 훔친 황금잔을 깜박하고 은수저가 있던 자리에 놓고 갔다는 것입니다. 도둑이 들어 잃은 게 아니라 오히려 횡재를 했던 것이죠. 그러면서 제사장은 결혼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황제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남녀가 결혼하면 자유와 시간 등 잃는 것이 적지 않지만 대신 평생의 반려인 황금잔'을 얻게 된다는 말입니다. 조금 잃고 더 큰 것을 얻는 결혼'을 축복하기 위해서 든 예화입니다  

 

자기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작은 아들에게도 '황금잔' 같은 여자가 어디서 굴러들어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