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마지막 날, 보기 드문 우주 쇼, 블러드문과 슈퍼문, 블루문 개기월식이 동시에 펼쳐지는 현상을 보기 위해 저녁을 먹은 후 소심이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월드컵 공원에 나갔습니다.
바로 전 날 내린 눈이 아직도 소복히 쌓여 있는 공원 길에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이어서인지 가끔 강아지 산책을 위해서 나온 우리 가족같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인적이 뚝 끊겨있었습니다.
고요하고 드넓은 공원에서 올려다보는 보름달은 비록 엷은 구름이 끼어있어 선명하진 않았지만, 세기의 우주 쇼를 감상하기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동그랗고 환한 보름달이었습니다.
저녁 8시 40분.
예정 된 시간이 되자 신기하게도 달의 왼쪽 아래부터 침식을 당하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밝은 부분이 좁아져 가더군요. 공원의 눈길을 걸으며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자연 현상을 올려다보며 감상하는 재미는 쏠쏠했습니다.
35년 전에도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 18년 뒤에도 있을 똑 같은 천문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이 나이 그리고 이 자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여유와 환경을 누리는 바로 오늘 이 시점을 느끼며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추운 날씨에 아무것도 없는 밤 하늘을 자꾸 올려다보는 주인을 이해할 수 없는 소심이가 못내 불안한 지 곁에서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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