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조간 신문을 펼쳐 들고 읽는데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아파트에 지쳤다" 단독주택 거래 대폭발>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긴 기사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예전 8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 중심이었기 때문에 아파트만을 고집했던 추세가, 이제는 공동 생활에서 오는 피로감, 그리고 획일적인 문화 형태에서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면서 단독주택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957년생부터 1963년에 해당하는 소위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여유 자금의 투자 흐름도 단독 주택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은퇴 후에 지금 살고 있는 단독주택을 처분해서 강화 쯤에 조그만 살 집을 마련하고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전원 생활을 꿈꾸고 있는 데 이런 기사가 나오니 나는 대중의 생각과는 완전히 반대로 움직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년 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 구입하느라 분당으로, 일산으로, 광명으로 움직이면서 좋은 아파트를 구입하고 집들이 할 때 나는 애 어른같은 생각으로, 단독주택을 고집하면서 지금의 집을 마련, 미련하게 이사 한번 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 땐, 용산역에서 가좌역으로 가끔씩 운행하는 화물 열차가 지나갈 때면 마치 요즘 포항의 흥해 주민들이 지진으로 놀랐던 것처럼 집이 흔들려 깜짝 놀라곤 했던, 후진 동네가 '연남동'이었습니다. 평생 시골에서만 계시다가 자녀들의 성화에 못 이겨 서울로 올라 온 부모님을, 막내이지만 모시게 된 이유 하나 때문에 조그만하더라도 마당이 있는 집, 그리고 내부 계단으로 1,2층이 구분되어 있어 거실이 별도로 있는 집을 찾던 중 만난 집이 현재 살고 있는 단독주택입니다. 거의 모두가 아파트 생활을 하던 시절이라 젊은 사람이 단독주택에 산다고 하면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 진 사람 취급을 당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제는 설 명절을 준비하는 장보기를 위해서 아내와 함께 퇴근 후 당산동 코스코를 들렀습니다.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늘어선 주차 행렬에서부터, 물건을 구매하고 바리 바리 실은 카트가 계산대 앞에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거의 3시간이나 걸려 다시 빠져나올 수 있었지요. 그리고 오늘은 교보문고에 들러 책 몇 권을 구입하고, 차에 기름을 넣은 후 세차를 위해서 주유소에 갔다가 길게 늘어서서 거의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했습니다. 설날이 큰 명절이긴 하지만, 가는 곳마다 늘어선 줄을 보면서,서울이라는 큰 도시가 확실히 과포화 상태가 맞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생각이 굳어지는 것은, 은퇴 후에 서울을 벗어나 조금은 한적한 시골 지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렇게 물 흘러가듯이 삶의 고비 고비마다 선택했던 그 선택이, 지금 돌아보면 결론적으로, 결코 나쁘지 않았던 좋은 선택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오늘 아침 조간 신문에 실린 기사가 눈에 더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3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 한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선택)을 해야할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먼 훗 날, 지금의 '또 다른' 나의 이런 선택이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노라고 고백하면서, 삶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물과 이재만을 따라가지 않고, 그저 '물 흘러 가듯이' 선택하는 삶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양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http://v.media.daum.net/v/20180215063115469?f=m&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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