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서울의 최 고층 건물, 삼일빌딩

석전碩田,제임스 2018. 2. 3. 20:04

2003년 봄, 어느 날 아침 한 통의 짤막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홍익대학교 교무과에서 교수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지요  

 

"윤종혁 교수가 그 학교 교수 맞지요?"   

 

이 질문에 대해 곧바로 ""라고 답변하지 못한 것은 그 몇해 전에 이미 정년퇴직을 했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때는 명예교수였기에 통화가 길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언론사의 기자였는데 윤종혁 교수가 조금전 서울 시내 한복판,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삼일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것이었고, 홍대 교수를 역임한 걸 알고 확인차 전화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토요일 오후, 생명의 전화 12일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가 해산하기 위해 하차한 곳이 마침 삼일빌딩 맞은 편이어서, 이 빌딩을 보는 순간 갑자기 그 교수의 그 때 그 사건이 생각이 나서 얼른 카메라에 담아 봤습니다  

 

평생 대학 교수로 사회적인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삶을 살아오셨던 분이 그런 예상치 않은 죽음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던 그 사건은 대학 시절 그 분이 가르치는 '영미시' 과목을 수강했던 적도 있었고, 또 같은 대학에서 교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막역하게 지내 온 사이였기에 당시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지요  

 

그 후, 같은 교회를 출석하면서 오랫동안 토요산행을 하면서 교분을 가졌던 연세대 원주캠퍼스 영문학과 황계정 교수(윤종혁 교수와는 동기동창으로 절친)로부터 내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윤 교수와 관련된 내밀한 사연들을 들어서인지 시내 삼일빌딩 부근을 지날 때면 고 윤종혁 교수가 자꾸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그가 왜 우리 세대에게는 서울의 최 고층 건물로 알려 진 삼일빌딩을 선택했으며, 또 왜 하필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고가는 출근시간인 아침 9시 경이었느냐 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 알리고 싶었던 사연은 무엇이었을지 

 

삼일 빌딩만 보면 제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문학을 전공한 그 분의 마지막 의도가 어쩌면 지금도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