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박찬숙 순대국밥집

석전碩田,제임스 2018. 1. 10. 19:51

오늘은 제가 가끔씩 가서 식사를 하는 단골 식당 이야기입니다.

      

순대국밥을 일품으로 잘 하는 식당입니다. 이름은, 이쁜(?) 여 사장님의 이름을 따서 <박찬숙 순대국>입니다.  

 

홍대 앞, 40년 전 서교호텔 뒷 골목에서 '경상도집'으로 출발했던 순대 국밥집입니다. 30년 동안 홍대 앞에서 성업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찾던 소문난 식당이었습니다. 그런데, 3년 전에 갑자기 문을 닫고 사라졌지요. 그 집을 즐겨 찾던 우리들은 모두 아쉬워했습니다. 제대로 음식 맛을 내는 식당들이 하나 둘 없어지든지 다른 곳으로 옮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벌어지는 상황이 왜 그런지 알기 때문입니다. 홍대 앞이 유명해지고 땅 값이 오르면서 임차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현상, 소위 말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었으니까요.  

 

그런데, 2년 전 쯤 어느 날 문래동 어디 쯤에서 '박찬숙 순대국'이라는 간판이 내 걸린 걸 봤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궁금해 하던 차에 가 봤더니, 역시 홍대 앞의 그 명소 업소 사장님이 문래동까지 와서 개업을 한 것이었죠. 물론 그 이후 이 집은 그 지역에서 엄청난 성업을 하면서 명성을 이어갔고, 우리들은 조금 멀지만 귀한 단골 식당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지요.  

 

신년을 맞아, 어제 점심 시간에 몇몇 동료들과 그곳을 찾았다가 슬프면서도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해 년말, 갑작스럽게 인근 장소로 이전할 수 밖에 없었다는, 그러나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더 넓고 더 좋은 장소로 옮길 수 있었다는 사연을 들었습니다.  

 

지난 해 말, 장사가 잘 되는 걸 보고 건물 주인이 임대료를 거의 따블(double)에 가깝게 인상통보를 했다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손님이 많으니 그 요청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나름의 음흉한 계산하에 기습적으로 그렇게 요구한 것이죠.  

 

박찬숙 사장은 '하나님의 은혜로 더 좋은 장소로 이전'할 수 있어 '여호와 이레'라고 고백을 했지만, 그 말을 듣는 저는 씁쓸한 마음이 들더군요.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고 횡포를 부리는 세상, 그래서 점점 살아가는 게 팍팍해 지는 세상을 보면서 말입니다. 원래 있던 곳에서 눈을 들어 보면 길 맞은 편 더 좋은 장소에 식당 상호가 보여서 우리는 용케도 점심을 먹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혹시, 순대국이 드시고 싶으면 이곳을 한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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