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1분 묵상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석전碩田,제임스 2017. 11. 1. 18:11

퇴근 후, 인근에 있는 숙명여자대학교를 방문했습니다. 대학에서 같은 일을 하는 교직원 중에서 신우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이 계신데, 그 분이 숙명선교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집회가 있으니 꼭 참석해 보라고 간곡하게 초청한 연유에서 시간을 내서 갔다가 몇가지 느끼는 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미션 학교도 아니면서 재학생때부터 신앙 생활을 하면서 뭉친 선후배들이 계속해서 이런 모임을 유지하면서 학교의 중추적인 사람들이 거의 다 모이는 선교모임으로 근사하게 발전시켰다는 데서 적지 않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현직 총장도 이 기도하는 모임의 일원으로 참석을 한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설교자로 나선 분은, 몽골 선교사로서 몽골의 수도에 울란바타르대학을 설립하여 초대 총장으로 17여년을 지낸 윤순재 목사였습니다. 그의 아내가, 100주년 기념교회의 교회학교 총괄 담임 목사로 시무하는 숙명여대 출신 이계심 목사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몇 년 전 대학생들을 데리고 몽골 봉사를 갔을 때 그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또 연희동에 있는 연희교회에서내가 선교부장으로 섬기고 있을 때 청년 중(이정진)에서 단기 봉사로 그 대학에 선교사를 파송했던 적이 있어 윤순재라는 분은 익히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분이 2년 전, 제가 지금 출석하고 있는 합정동의 100주년 기념교회(이재철 목사 시무) 부목사로 갑자기 오셨습니다.  

 

당시, '왜 귀국했지? 갑자기?" 이런 의문과 놀라움이 있었지만 예배만 달랑 드리고 오는 교회라, 더 이상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울란바타르 대학을 몽골의 최고 사립대학으로 발전시킨 상황에서 갑자기 모든 걸 놓고 귀국하기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나름 추측으로는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 생각했었지요. 죄송스런 표현이지만, 워낙 기독교 바닥이 이전투구가 심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소상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 일을 통해서 하나님은 개인적으로 윤 선교사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서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설교에서 그가 담담하게 밝혔듯이 이제는 모든 게 감사할 것 밖에는 없다고 간증했습니다.  

 

그가 설교에서 말했던 내용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업적, 업무, 일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관계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관계 중심의 삶으로 바뀌었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성취, 목적 달성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이 일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를 먼저 생각하는 의미의 사람이 되었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어떤 지위를 얻고, 그 지위에 올라가는 데 관심의 촛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지위가 없더라도, 또 보직이 없더라도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무엇을 행하고, 얼마를 많이 했느냐 하는 행함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그것보다는 내가 그저 하나님 앞에서 서 있다는 사실, 즉 존재로서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내가 지금 이 땅에서 선교사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목회자로 누리면서 살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와 같은 연배로서, 50대 중반에 그가 심각하게 자신의 삶의 방향을 놓고 고민했던 것을 진솔하게 말하는 그의 간증 설교가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그는 업무(work)에서 관계(relation), 성취(achieve)에서 의미(meaning), 지위(status)에서 역할(role),행함(doing)에서 존재(being)라는 표현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삶의 방향이 제대로 되었느냐?'라는 질문입니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방향이 옳으면 된다'는 생각을 저는 가끔씩 하곤 합니다. 방향이 옳으면, 비록 내리막길이라도, 또는 오르막길이라도 결국 하나님께 인정받는 삶일테니까요. 그러나 반면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사람들 보기에 훌륭해도, 또 아무리 온갖 곳을 다니면서 바람을 흩날려도 결국은 '허사를 경영하는 꼴'이 되고 말것이니까요.  

 

한 사람 선교사이면서 목사이며, 대학의 총장(현재 주안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신앙 간증을 통해서 삶의 방향이 어디에서 어디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정리하며, 느슨해 진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eAqF3U6Yjc

<소원>이라는 노래 가삿말이 새삼 생각이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