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 이름이 "홍민(泓敏)"이고 작은 아들 이름은 "홍찬(泓贊)"입니다.
우리 가문에서 전통적으로 이름을 짓는 원칙은 가문의 항열(行列)에 따라서 집안에서 사용하는 돌림 글자를 넣어서 이름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내가 태어났을 때에는 이름의 끝자에 '호(鎬)'字가 들어가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친 형이름이 안호, 사촌 형님의 이름은 광호, 수호, 근호, 순호입니다. 또 우리 마을에는 이름 뒤에 아무 글자에나 호자만 붙이면 이름이 있을 정도로 흔했습니다. 민호, 시호, 용호, 현호, 종호, 안호, 완호, 광호, 순호, 근호, 수호, 영호, 구호, 해호, 병호, 전호, 덕호, 동호, 일호, 이호, 삼호, 달호, 지호, 추호, 성호, 칠호, 팔호, 운호, 만호, 윤호, 진호, 준호 ....
그러나, 내 이름은 '호(鎬)' 대신에, '석(錫)'자를 사용했습니다. 내 이름을 지은 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호자가 너무 많아서, 항렬에서 사용한 호(鎬)에 쓰인 쇠 금(金)변 부수가 들어간 석(錫)자를 사용했으니 상관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수많은 호(鎬)자로 끝나는 이름들 속에서, 그래도 내 이름은 톡톡 튀는 현대적 감각을 가진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호자로 끝나는 이름들은 나와 같은 항렬이기 때문에 동급(?)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결혼을 한 후, 아이가 생길 때 쯤 우리 부부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이름을 성경 속의 인물 이름을 따서 지어보자고 약속아닌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다니엘'이나 '바울' 쯤으로,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에스더'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저의 아버지, 그러니까 홍민이의 할아버지께서는 나름 열심히, 우리 집안의 이름 짓기 원칙에 맞춰서 여러 이름을 지어 놓고는 어느 날 우리 부부에게 둘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성경의 이름을 들먹였다가는 정말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게 될 그런 상황이었지요. 아버지께서 제시했던 두 이름은 "홍선(泓善)"과 "홍민(泓敏)"이었고, 우리 부부는 후자를 선택하는 선에서 아들의 이름을 결정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지요.
이 때도 아버지께서는, 원래 마을 사람들이 가운데 항렬 글자로 '한(漢)'字를 많이 사용하지만, 물 수(水)변이 들어가는 글자인 물맑을 홍(泓)字를 썼으니 괜찮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아예 우리들의 의견이 뭔지는 얘기할 기회조차도 주지 않았지요. 그렇게 해서 우리 두 아들의 이름은 배홍민(裵泓敏), 배홍찬(裵泓贊)으로 정해졌습니다.
뜬금없이 왜 아들 이름 타령이냐구요? 사실은 내가 주말마다 가서 운동하는 동네(연희동)의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에서 만난 '나홍민'이라는 젊은 40대 여자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느 날 이 분이 체육관에 등장(?)했을 때, '홍민'이라는 이름에서 참 많은 친근감을 가졌습니다. 아들의 이름과 동명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 그리고 붙임성 있는 태도에 호감이 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체육관에서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사는 곳도 나와 같은 '연남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반갑기도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이틀 전에 '뇌종양' 이 발견되어 인근 세브란스 병원에서 12시간의 긴 수술을 받고 지금은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과 지난 주말에도 건강하게 같이 운동했고, 또 밝은 성격으로 살아가는 분이었는데 말입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이런 갑작스런 인생의 고비를 잘 넘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모쪼록, 이 분이 속히 회복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운동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 잘 챙기자구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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