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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일런스

석전碩田,제임스 2017. 3. 13. 15:37

지난 주 금요일, 늦은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를 원작으로 각색한 영화 <사일런스>를 씨네큐브에서 감상했습니다.  

 

'고통받는 인간의 울부짖음에 하나님은 왜 침묵하는가?'라는 결코 쉽지 않은 질문에 답하는 문제의 소설은 엔도 슈사쿠로 하여금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게 한 작품입니다  

 

17세기, 선교를 위해서 일본 땅으로 간 네덜란드의 '페레이라' 신부는 극에 달한 박해 끝에, 결국 배교를 한 후 불교신자가 되어 일본인과 결혼을 했던,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실화를 근거로 해서 만들어 진 이야기입니다. 종교와 정치는 가족이라도, 아니 부부끼리도 강요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박해 때문에 자기가 신앙하고 있는 종교를 버리고, 다른 종교로 전향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것도 그 종교의 지도자인 신부가 그 믿음을 따르는 평신도들 앞에서 배도하였다면 어찌될까? 그리고 배도(이 표현이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종교를 연구하면서, 아예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와 같은 찾기 힘든 답을 요구하는 질문들에 원초적으로 답하면서, 진정한 믿음, 진정한 종교는 어떠해야 하며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 바로 엔도슈사쿠의 <침묵>이라는 소설입니다.  

 

일본에 처음 전해 진 서양 종교인 기독(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일본 땅, 침묵하는 하나님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때나 지금이나 하나님은 침묵하신 게 아니었으며 지금도 박해 받고 핍박 받는 성도들과 함께 하며 여전히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해 준 이야기 앞에서 먹먹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침묵하는 하나님의 이미지와 도도하게 출렁이는 바다를 대비시키는 영화의 영상미는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나는 침묵하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 함께 고통받았다. 나를 밟아라. 네가 밟는 그 발의 고통을 안다. 그것을 위해 내가 있었노라."   

 

신앙의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가 선교 현지에서 실종되었다는 소문, 그리고 심지어는 배도하였으며 지금은 다른 종교로 귀의했다는 흉흉한 소문을 접하면서 그를 찾아 나선 젊은 두 신부(로드리게스와 가르페)는 박해의 현장, 그리고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하며 점점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경험해 갑니다. 그리고 후에 자신을 팔아넘길 것을 알았던 가롯유다를 대하는 예수그리스도의 마음을 이해해 갑니다. 그리곤 그토록 밉던, 그를 팔아넘기고 고통이 두려워 수없이 배교했던 기치지로라는 사람을, 로드리게스 자신과 함께 용납해가게 됩니다.  

 

그리고 또 묻습니다. 진정한 종교란 무엇이며,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신은 저기 먼 곳에서 모든 것을 꿰뚫어보면서 교리 속에서만 존재하거나, 시계장치와 같은 우주를 만들어 놓고 쳐다보기만 하거나, 우리의 모든 일들에 간섭하면서 무오한 판단으로 그 때 그 때 상벌을 내리는 존재가 아님을 이야기 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신앙해야 할 진정한 종교의 모습은, 고통 받는 자와 함께 고통하며 동참하고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일 때 빛을 발하는 것임을 말합니다. 진정한 하나님은 창조주로서 피조물의 고통을 알고 함께 느끼는, 공감의 능력에 있어서도 신적인 분이며, 침묵하는 것 같지만 침묵 속에서 적극적으로 우리들의 삶 속에 개입하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리를 벗어나 삶의 가장 절박한 밑 바닥으로 낮아져서 고통에 동참하는 하나님을 만나게 될 때, 외양을 싸고 있는 것이 어떤 종교의 틀이건 상관없이 비로소 "찬미 예수, 임마뉴엘"의 고백이 있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