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개처럼 살자

석전碩田,제임스 2016. 10. 20. 09:39

"개처럼 살자"..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싶지만 잘 나가는 한 광고 카피라이터가 이 제목으로 기업에 강연을 했다고 소개되기도 했던 유명한 말입니다. 몇 년 전 이 사람이 이런 강연을 했다고 언론에 보도될 때만 해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집에 반려견(소심이)을 키우고 그를 산책시키면서 친해지다 보니, 지금 여기서(Here & Now)를 강조하는 그의 삶의 철학에 공감이 갑니다.

 

5년 전, 문화일보에서 이 사람을 초대하여 인터뷰한 기사를 검색해 봤습니다.

[문화] 수요 초대석 게재 일자 : 2011년 12월 28일(水)

“내 인생목표는 ‘개처럼 살자’… 현재에 집중해야 창의성 나와”
카피라이터·베스트셀러 작가 박웅현 TBWA 디렉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박웅현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벽에 붙은 글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아이디어 없이 회의실에 들어오는 것은 무죄, 맑은 머리 없이 회의실에 들어오는 것은 유죄” “회의실 안의 모두는 평등하다” “비판과 논쟁과 토론만이 회의를 회의답게 하므로 회의땐 말을 많이 하라”는 회의 원칙을 소개했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벽돌그림명함은 광고주한테 줄 때 주로 씁니다. 제가 하는 일이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이 아니라 브랜드 아키텍처, 브랜드를 같이 건설해 나가는 의미입니다. ‘서프라이즈 미(Surprise me)!’는 저랑 같이 일하며 아이디어 내는 편집실·녹음실·음악감독 등 스태프한테 당신의 아이디어로 나를 놀라게 해다오!’라는 의미로 건네는 명함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 아니겠어요. 놀라게 한다는 건, 웃음이 나오게 하거나 공감을 갖게 하거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것이죠. ‘진심이 짓는다’ ‘SEE THE UNSEEN’은 제 광고 카피 중 세련되게 나온 것으로, 광고주한테 줄 때 제가 이런 캠페인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주는 샘플입니다. 개를 일러스트한 익스트림리 크레이지 도그(Extremely Crazy Dog·완전히 미친 개)’는 제 영문 직함 ‘Executive Creative Director·제작전문임원)’의 약자인 ECD를 본떠 만든 조크입니다.”

 

인생철학을 묻자 개처럼 사는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개 같은 인생’?

 

개 같은 인생이 아니고, 제 인생목표는 개처럼 살자입니다. 왜냐하면 개들은 현재에 집중하거든요. 개는 주인이 오면 반갑게 꼬리를 흔들고 밥을 주면 그 밥 먹는 데에 온 신경을 쏟지, 꼬리를 흔들며 내가 어제 주인에게 꼬리를 좀 덜 흔든 것 같은데 주인이 기분 나빠 할까, 조금 더 세차게 흔들어 볼까 하는 등의 고민을 하지 않지요.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꼬리 치기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요. 개들은 밥을 먹을 때 밥만 먹고 잠을 잘 때는 잠만 자거든요. 집중을 하거든요.” 그는 개처럼 미리 걱정하지 않고 순간에 집중하면 그곳에 답이 있다고 했다.

 

박웅현씨의 철학은 카르페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이순간에 충실하게)’이었다.

 

전 지금 어쩔 수 없이 여기 있거든요. 지금 신사동 538번지 9층 빌딩에, 이 시간에 살고 있단 말이죠. 제가 해야 될 일은 이 순간, 인터뷰에 집중하는 것이죠. 똑같은 얘기를 톨스토이가 인터뷰하면서 했어요. 기자가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톨스토이는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인터뷰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이다라고 얘기했어요. 톨스토이도 개처럼 사는 거죠. 현재 일에 집중해서.”

 

사물의 정곡을 찌르는 그의 개철학은 뇌리에 콕콕 와 박혔다. 지난 1112일 처음 방송된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의 첫 손님으로 그가 등장한 것은 단순히 멋쟁이 스타일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미친 개란 도발적인 명함도 갖고 다니는데, 언제부터 개처럼 살자는 생각을 했지요.

 

카르페디엠이란 생각은 계속해 왔습니다. 3년 전쯤인데요. 후배들이랑 술 먹다가 문득 사는 건 개처럼 사랑은 고양이처럼이란 생각이 떠올랐어요. 고양이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받아요. ‘, 이거 내 인생이 이렇게 되면 참 멋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다음에 개처럼 살자는 생각이 퍼뜩 머리에 떠올랐어요. 최고경영자(CEO) 모임에서 창의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저더러 강연을 해달라고 했어요. 창의력은 현재에 있거든요. 그래서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현재에 집중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걸제목으로 정해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개처럼 살자는 슬로건이 강의하는 호텔에 대문짝만 하게 나붙었지요.”

 

손님 끌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틀 같습니다. 카피도 그렇고, 광고에 공감을 강조하셨더군요.

 

그래도 신문기사는 뉴스성도 있고, 새로움도 제시하고 분석도 하고 하지만, 광고라는 일은 새로움을 제시하거나 뉴스성에 중점을 두거나 분석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돌아서지요.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전 공감을 뽑습니다. 광고 보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말된다, 그래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게 제일 중요해요. 제가 서평 성격의 인문학 강독회인 책은 도끼다’(북하우스)를 쓴 것도 교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지요. 책 서문에 인간에게는 공유의 본능이 있다고 썼지요. 공감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감정이입을 잘해요. 공감이 광고의 목표점이 되는 거죠.”

 

광고 카피로만 존재하던 광고인 박웅현이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알마)가 뜨면서부터다. 이 책은 최근 2년간 18쇄로 4만부 이상 나갔고, 도발적인 제목의 책은 도끼다는 두 달 보름 만에 12, 27000부가 나갔다. 그가 선장인 광고제작팀의 회의록인 우리 회의나 할까’(사이언스북스)아이디어 진화 비법을 소개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사람들이 창의성에 대해 궁금해했고, 그래서 기획된 책이 광고계 안에 있던 저를 광고계 밖으로 빼냈다광고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창의성이 궁금하거나 할 때 그 책을 찾아보게 되면서 제가 광고계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유명세를 치르면서 좋아진 것은, 제 생각을 대중과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광고업종에 대해 일반이 갖고 있던 편견을 불식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게 좋아요. 이전까지 광고는 톡톡 튀는 감각, 까부는 것, 재미있는 말장난이런 식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광고는 치열한 사고의 결과물이다고 사람들이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인문학으로 광고한다고요? 전혀 다를 것 같은 광고와 인문학의 결합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인문학이 아니면 광고를 할 게 없어요. 아예 광고를 못해요. 왜냐하면 광고는 광고주의 문제 해결이 목표인데, 두 가지, 기업과 사람들을 공부해야 해요. 기업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하는 게 광고지요. 그러면 기업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되는데, 이 공부는 쉽습니다. 기업이 설명해 주니까요. 어려운 건 저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를 원하느냐지요. 그 사람들을 공부해야 해요. 그래서 사람을 공부하지 않으면 광고 못합니다. 마케팅 이론 공부를 해서 될 일이 아니지요.”

 

그는 인문학을 사전적인 정의로 문사철(文史哲)로 이해하면 요즘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을 설명할 방도가 없다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말한 인문학에 무슨 문사철이 들어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저나 잡스가 말하는 인문학은 사람에 대한 이해예요. 잡스도 그랬잖아요. ‘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에 내가 서 있다.’ 그건 기술과 문사철에 대한 접점이 아니지요. 문사철이 아닌 인문학적 소양을 인문학이라고 봤을 때 인문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궁극적으로 사람과의 소통이기 때문이죠. 저는 인문학을 수원지라고 봅니다. 우리가 사는 곳에 백두산 천지처럼 큰 산 위에 물이 고여 있어요. 그 물줄기가 광고를 타면 인문학으로 광고를 하게 되는 것이고, 경영의 물줄기를 타면 인문학으로 경영하는 것이지요.”

 

그는 특유의 아이디어 낚시론을 폈다.

 

똑같은 성원들이 들어가서 1시간 회의를 하는데 아이디어를 아무것도 못 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능력있는 사람은 월척을 건져내지요. 회의실에 낚시꾼이 돼서 들어가지요. 1시간 동안 말이 물 흐르듯이 흘러다닙니다. 분명히 그 속에 답이 있고, 물고기가 그 안에 있습니다. 내가 그걸 낚아챌 능력이 있느냐, 내가 아주 예민한 낚시꾼이 돼서 1시간 동안 흘러다니는 말 속에서 아이디어를 낚아채야 한다는 것이죠.”

 

인터뷰 = 정충신 부장 (문화부)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