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건강 검진 결과 통보를 받고

석전碩田,제임스 2016. 11. 2. 15:40

어제 건강 검진 결과를 통보 받았습니다. 종합 소견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종양 표지 인자 중 하나가 증가되어 있으므로 관찰이 필요하며 3개월 후 재검'이랍니다.  

 

평소 늘 하던대로 건강하게 하루를 지냈지만, 이 결과를 받아 들고 마치 통지표에 F 학점이 몇 개나 있는 학생마냥 밥 맛도 떨어지고 또 밤에 잠도 설쳐야 했습니다. 걱정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아니려니 생각해도 올해들어 몸무게가 빠진 것도 새삼 또 마음에 걸립니다. 내가 너무 예민해 진건 아닌가 마음을 진정해보려고 하면 할수록 자꾸 헛 하품만 나오는 오후, 어느 시인이 쓴 수필을 읽으면서 마음을 진정해 봅니다.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라는 제목으로 쓴 원재훈 시인의 글 말미에서 시인이 살아가는 길을 그는 이렇게 결론적으로 표현했더군요.  

 

[ ' , 지금 그 길은/ 행복으로 가는 / 찬란한 길은 / 아닌 것 같다'  

이러한 길을 지금도 많은 시인들이 걸어가고 있다. 내가 새벽녘에 본 달팽이처럼 말이다.]  

 

글의 서두에 그가 아침 산책을 하다가 한적한 버스 정류장 광고판을 기어오르는 달팽이를 보면서 표현한 부분입니다.  

 

'내가 순식간에 옮기는 한 걸음도 안 되는 거리를 밤새 기어 올라오는 달팽이,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갈길을 가는 시인의 모습이다. 시인은 달팽이처럼 지나간 자리가 그리 선명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그리고 그 길이 찬란하지도 않다.'  

 

이 가을 날에, 종합 검진 결과 때문에 더 센티멘탈해 진 것 같습니다. 시인이 달팽이를 보면서, 드러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길이지만 그 길을 천천히 갈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다짐을 한 것처럼, 검진 통지표를 받아든 나도 같은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겠다'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다짐 말입니다.

 

* 사진은, 지난 주말에 30년 지기들과 갔던 포천 산청호수의 가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