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연남동, 그리고 젠트리피게이션

석전碩田,제임스 2016. 10. 6. 15:48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어제는 저녁 식사 후, 옆 집 이웃인 사회적 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강사를 초청하여 특강을 한다기에 시간을 내서 참석해 봤습니다. 요즘 연남동이 핫(Hot)한 동네로 뜨고 있는데다가 자고 일어나면 집이 평당 몇 천에 팔렸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는 때, '연남동자리'라는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 하는 날이라고 꼭 오라는 초청이 간곡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직장에 매여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두고 활동하는 지 둘러볼 기회가 없었기에 이런 시간에 소통하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 몇몇 이웃을 연락해서 일부러 함께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특강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강사는 이 개념을 설명하면서 "현재 서울시가 우리 말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도시 재생'이라는 말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전제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말 그대로 '하나의 지역 사회가 이쁘고 살기 좋은(gentle) 동네로 되어가는 과정 자체를 말하는 것'이므로 서울시가 정책 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도시 재생'이라는 말은, 이미 그 단어 속에 '망가진 것을 다시 살린다'는 가치 개입적인 뜻이 내포되어 있기에 약간 다르게 사용되는 듯 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첫 단계는, 그 동안 침체되어 있던 동네가 한 두명의 예술가나 생각있는 사람들이 찾아들어 독창적인 가게를 열면서 사람들의 입 소문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그런 가게들이 언론에도 소개되고 또 그 동네가 알음 알음으로 유명해지면서 점점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독창적인 가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단계입니다. 물론 동시에 벌어지는 일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땅 값이 점점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곳에 가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일어날 것 같은 유명세를 타면서, 대규모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단계가 그 다음 단계입니다. 땅 값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치솟는 단계입니다. 결국, 땅 주인인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을 팔고 그곳을 떠나고 새로운 주인(자본)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들은 자신이 투자한 땅 값을 회수하기 위해서 그동안의 임대료를 2,3배로 올려 받게 되면서, 처음 그 동네를 이쁘게 만들었던 예술가들과 생각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동네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주민은 없어지고 동네의 정체성도 없어지면서 오직 상업적이고 퇴폐적인 술집과 대기업의 홍보성 매장만 늘게 되는 현상이 시작되는데 그 후 이런 일이 반복, 악순환이 되는 것입니다. 자본만 남고 주인없는 동네가 되는 것이지요. 홍대 앞과 가로수 길, 그리고 성수동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했습니다.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마지막 단계는 원 주민은 모두 없어지고 새로운 투자자(자본)들만 들어와서 돈을 벌게 됩니다. 그리고 동네는 고유성과 정체성, 주민들이 살아가는 주거성이 상실되어 버리기 때문에 망가지게 되는 것이죠. 원래 중립적인 개념으로 사둉 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으로 이해되어지게 된 것이 이 때문입니다.  

 

이런 내용의 특강을 하면서, 실제로 살고 있는 주민인 우리들에게 화두를 던지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혼란스러운 질문들이 수없이 떠 오르더군요. '그러면 이런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때 긍정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누가(주체) 할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 자본이 움직이는데 누가 강제로 통제한다고 그게 가능은 한 일일까?'.....많은 의문과 질문들은 그 날 특강이 끝난 후 한참 동안 계속되어 강사로 온 도시공학과의 젊은 교수가 특강 시간 보다 훨씬 긴 시간을 토론 시간에 할애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현재의 연남동은 바로 그런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 표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미 거대 자본(예를 들면 묻지마 투자를 하는 중국인들)이 집을 싹쓸이 구입하여 땅 값은 치솟고 있고, 처음 연남동 골목을 이쁘게 장식했던 가게들은 하나 둘 서대문구 응암동이나 홍제동 쪽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집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선비 같은 고고한 태도를 갖는 것만이 능사일까? 퇴직 후에도 이 비싼 땅에 그냥 눌러 앉아 사는 것만이 현명한 선택일까? 또 그게 가능한 것일까? 우연히 듣게 된 그 날의 특강이 그 이후 저에게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는 큰 화두를 던져주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