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2016년 봄 산행, 초등 동창과 독용산성을 오르며

석전碩田,제임스 2016. 4. 28. 09:26

마치 소풍 가는 날을 기다리듯이 몇 개월을 기다린 날이 밝았습니다. 하늘도 도우는 듯, 낮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초여름 같은 뙤약볕을 가려주고 있는 날  


40만의 해후


하루 전 날 서울에서 출발하여 고향 마을 친구 집에서 하룻 밤을 묵은 뒤, 모이기로 한 장소인 옛 교정을 찾았더니, 출입을 위해선 돈을 내야 한답니다. 잠시 어처구니 없다는 실랑이가 있었지만, 그들의 주장도 맞는 게, 돈을 내고 장소를 임차해서 사업을 하는데, 공짜로 들여보내면 자기들은 어떡하냐고 읍소를 합니다. 눈치 빠른 친구가 단체 입장권을 끊는 바람에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내가 졸업한 모교 교정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고 돈을 내야 하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은 없었습니다.  

 

시차를 두고 도착하는 친구들을 만나 삼삼오오 교정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정겹습니다. 멀리 부산에서, 울산에서, 서울에서, 그리고 같은 고향에 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유년의 친구들이 안부를 묻는 모습들이 정겹습니다.


 


 


유년 시절의 추억이 살아 있는 교정에서


그리운 추억이 담긴 모교 교정은 <푸른방송>이라는 단체에서 인수하여 추억박물관으로 조성해 놓았더군요.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모든 자료들을 그대로 전시해 놓은 교실들을 둘러 보며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게 해 두었으니, 그래도 섭섭한 마음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더군요.  

 

풍금이 있는 자리엔 그대로 풍금이 놓여 있고, 3교시가 끝나면 까 먹었던 밴또가 올려져 있는 조개탄 난로도 옛 모습 그대로였으며, 앉으면 비좁아 터질 것 같은 작은 책 걸상도 그 앙증맞은 모습 그대로 놓여 있으니 옛 추억이 모락 모락 솟아납니다.  

 

여름 방학이면 늘 해야 했던 곤충 채집과 쪼대(진흙)로 만들어야 했던 공작물들이 추억 박물관 한켠에 잘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벼 메뚜기나 여치를 보고 어김없이 '~ 홍굴레비다!'라고 외치면, 이내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같은 마음으로 함박 웃음을 터뜨리며 동감할 수 있었지요. 그동안 멀리 떨어져 살았지만 같은 유년의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 온, 어김없는 친구임을 증명하듯 말입니다.  

 

추억교싶 앞에서 졸업 하기 전 앨범용으로 찍었던 단체 사진을 재연(?)하는 인증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하는 친구들의 표정 표정이 참 행복해 보입니다.

   


   



 


독용산성(禿用山城)을 오르내리며....


어릴적 '산성'으로만 알았던, 그리고 그곳에서도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 막연하게 알고 지냈던 곳에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독용산성이 있다는 사실을 안 지는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곳을 가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지만, 최근 산성 입구까지 임도를 내고, 그 임도가 콘크리트로 포장이 되면서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는 말에 올해는 봄 산행 장소로 정하는 데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런 기회에 가보지 않으면 가기가 쉽지 않은 장소이기도 하지만, 이런 기회에 고향 산천을 오르며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릅과 다래 순, 그리고 쑥 등 온 천지가 손만 뻗으면 봄 나물을 채취할 수 있는 시기여서 산행 시간은 원래 계획했던 1시간을 훨씬 넘어 2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산성길을 걸으며, 제비꽃, 노루귀 등 다양한 야생화 이름들을 그리도 해박한 지식으로 알려주는 순옥 친구가 있어 좋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고향을 떠난 후 오늘 다시 만나기까지 평생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오늘의 이 만남을 얼마나 고대해 왔는지를 이야기해 준 상석 친구에게는 정말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홀아비꽃대를 보고 가던 길을 일부러 돌아와서 카메라로 클로즈업 하고 있는 민호 친구의 감성이 아름답고, 길게 늘어선 친구들의 행진하는 모습을 놓칠쌔라 앞서 나가 연신 카메라로 찍어대는 경호 친구의 열정과 성의가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안치환의 노래 <오늘이 좋다>는 가삿말이 자꾸만 되뇌어 진 하루였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모여 너무 오랜만에 모여/지난 날의 추억을 나눠보자/짧지 않은 시간 동안 누구는 저 세상으로 또 누구는 먼 나라로 떠났지만/그립던 너의 얼굴 너무 좋구나/니가 살아 있어 정말 고맙다/만만치 않은 세상 살이 살다보니 외롭더라/니가 있어 웃을 수 있어 좋다

 

시집 안 간 내 친구야 외기러기 내 친구야/오늘은 내가 너의 벗이 될게/우리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하나도 넌 변한게 없구나

 

남은 인생 통털어서 우리/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내 친구야 /남은 너의 인생에 저 하늘의 축복이/함께 하길 바랄게 오늘이 좋다

 

술 한잔에 해가 지고 또 한잔에 달이 뜨니/너와 나의 청춘도 지는구나 /잘난 놈은 잘난대로 못난 놈은 못난대로 /모두 녹여 하나 되어 마시자 /하지만 우리 너무 취하진 말자/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구나 /남은 인생 통털어서 우리/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내 친구야/남은 너의 인생에 저 하늘의 축복이/함께 하길 바랄게

 

남은 너의 인생에 저 하늘의 축복이/함께 하길 바랄께 오늘이 좋다/오늘이 좋다"



    


  


 

     * 독용산성 정상에서 인증샷...그리고 우리 동기 모임 회장님과 총무 현숙, 영현



그리고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우는 시간


하산 후에는 시엇골 앞에 조성되어 있는 근사한 공원 정자에서 늦은 점심을 나누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친구들을 위해서 그 전날부터 방목으로 키운 생 닭을 손수 준비해서, 여러 시간을 가마솥에 끓여 준비한 천하 일품 <닭백숙><>을 준비한 대광 친구, 그는 오늘 우리들 모임의 수훈갑이었습니다. 친구들을 위해서 일일이 고기를 담아주는 그의 손길이 참으로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넓은 잔디 밭에 둘러 앉아 그간 살아 온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했던, 유년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개발바닥'게임은 우리 배꼽이 빠지게 한, 이 날 모임의 백미였지요. 친구들아, 모두 사랑한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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