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5 KIAF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무슨 대단한 미술적 관심이나 문화적 취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번 전시에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남 할매 외손자, 이종왕(병춘)이 속해 있는 갤러리가 참가하면서, 종왕이도 그 아내와 함께 왔기 때문에 그를 만나기 위한 목적에 발걸음을 한 것이었습니다. 수남 할매는 내가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 동네에서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셨던, 이웃 집 친척 할머니였는데 성격이 쾌활하고 유쾌하여 내 기억 속에는 '항상 웃는 그녀의 모습'이 저장되어 있을 정도로, 우리 마을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청량제' 역할을 하셨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지난 6월, 고향 마을 '자리섬 마을' 친구 영현이가 새로 집을 짓고 집들이 하는 날 극적으로 우연히 만났을 때, 이번의 전시 일정을 몌모해두었던 것이지요.
엄청난 규모의 미술 전시답게, 코엑스 전시장은 근사한 그림들로 가득차 있었고, 또 그림을 구경하거나 구입하려는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유년 시절, 서울에서 외갓집에 방학 때 마다 내려 오는 종왕의 가족들은, 큰 누나인 일흔, 작은 누나 경화, 그리고 병춘(그 이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하면서 종왕으로 개명), 병곤이였는데, 이들 중 가장 시니컬 하고 반항적이었던 병춘이는 아버지의 재능을 타고나서 선화예고를 거쳐 홍대 미대에 진학했습니다. 병춘이가 미대 1학년이었을 때 홍대 교정에서 본 후 이번에 만났으니 거의 34년이 지난셈입니다.
코엑스에서 만나 처음 그가 내게 한 말은, "옥산 아재하고 똑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릴적 그의 기억에 간직된 우리 아버지의 당시 이미지와 지금의 내 이미지가 많이 닮아 있었나봅니다.
그의 그림 앞에서 긴 시간,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의 가족들은 다 무얼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으며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뉴욕 Space Womb Gallery의 디렉터 겸 큐레이터로 있는 아내가 귀뜸해주었는데, 그 갤러리의 전속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종왕의 그림은 한점에 1억을 호가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온 가족이 믿음 생활도 잘 하고 있다는 그의 부부와 전시회 마감 시간까지 기다려 저녁 식사라도 한 끼 하고 싶었지만, 마침 돌아가신 아버님의 기일이라 병곤이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며 총총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졌습니다.
모쪼록 멋진 작가로 성장해가는 종왕이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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