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서 멀리 고향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친구 영현이가 집을 새로 지은 후 조촐하게 집들이를 한다기에 큰 맘 먹고 달려 간거지요.
늘 그렇지만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 마을은 언제 가도 마음을 포근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것 같습니다. 이제는 예전에 있던 기와집들은 하나 둘 쇠락해져서 없어지고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대나무 숲에 둘러 싸여있는 아담한 마을 전경은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동안 고향에 내려 갈 때마다 카메라에 담아 두었던 친구의 옛 집 사진과 이번에 새로 지은 집이 되어 가는 과정 등을 담은 사진을 대비해서 올려 봤습니다.
영현 친구 새 집들이를 축하하기 위해서 서울에서, 부산에서 찾아 준 친구들의 모습을 캐리커쳐로 표현해 봤습니다.
밤 늦도록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잠들었지만, 새벽 닭 우는 소리에 일어나 아침을 먹기 전에 배설 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수름재 너머까지 산책을 하였습니다. 가는 도중에 있는 왕밭골 밭에서 100년만에 핀다는 귀한 고구마 꽃을 보고 카메라에 담아 봤습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처음 보는 꽃이다 보니, 이런 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활짝 핀 고구마 꽃을 보면서 온 나라를 뒤흔드는 메르스 태풍이 빨리 진정되길 기도해 봅니다.
그리고, 이번 고향 나들이에서 정말 예상치도 않았던 놀라운 만남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병춘. 그의 누나는 이일흔, 이경화, 그리고 그의 동생은 이병곤. 이곳 자리섬 마을에서 해피 메이커로 사셨던 수남 할매의 외손녀, 손자들인데 어릴 적 방학 때마다 서울에서 우리 마을에 놀러 오면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입니다. 길게는 40년, 짧게는 30년 전에 만났던, 그리나 그 이후 거의 연락을 못하고 지냈던 반가운 얼굴들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특히, 병춘이는 홍익대에 들어 온 재능있는 미술 학도였지요. 당시 1학년에 다니는 병춘이를, 선배랍시고 내가 많이 챙겨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생각날 때마다 수소문도 해보고 찾아 보려고 했지만 한번도 연락이 닿지 못했는데, 이 날 만난 병춘이는 그동안 이름도 "이종왕"으로 바꿨으며, 살고 있는 곳도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았을거라고 하였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근사한 미술 작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서울로 다시 돌아오기 전, 시간이 있는 몇 몇 친구들과 함께 영현, 민호 모친을 모시고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에 가서 두런 두런 둘러보았습니다. 때 마침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는 마치 우리 일행을 반기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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