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기분 좋은 꿈 하나를 신나게 꾸다가 눈을 떴는데,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꿈이어서인지 아침에 눈을 뜬 후에 몸도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에게 곧바로 꿈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 줬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너무도 선명하게 꾼 꿈이지만 이렇게 글로 옮긴다든지 아니면 누구에게 얘기할라치면 덤성덤성 생각나든지 아예 생각이 나지 않는 게 꿈입니다.
아마도 꿈의 내용은 대략 이런 내용인 듯 했습니다. 비싼 가구(침대와 소파 등)를 구입했는데, 가구점에서 사은권이라면서 몇 장의 티켓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티켓들 중에서 한 장이 내가 구입했던 가구의 금액(정확하게 금액이 기억이 되었으며 그 금액은 520만원이었지요) 전액을 현금으로 돌려 주는 1등에 당첨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긴가민가 가구점을 들렀더니, 그 가구점 주인은 예상이라도 한 듯,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그 많은 금액 전액 뿐 아니라 저 몰래, 제가 가구를 구입할 때 찍었던 저의 사진 4장도 있다면서 각각의 사진 아래에 재미있는 설명을 해 놓은 사진까지도 덤으로 선물로 건네 주는 것이었습니다. 횡재를 한 그런 기분이었지요. 이만하면 정말 신나는 꿈 이야기가 맞죠?
신 나는 꿈을 꾸다가 이른 아침 잠을 깬 후, 왜 이런 꿈을 꿨을까를 생각해보니, 정답은 그 전 날 밤 여의도 IFC 건물에 있는 CGV에서 감상했던 영화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올 앤 아이>라는 영화(감독 : 프레드릭 청)였는데, 크리스챤 디오르라는 한 유명한 패션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활기에 찬 모습들, 그리고 그들의 열정과 좋은 기운이 전달되어 온 것이 고스란히 꿈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내가 꾼 꿈 속의 가구점 사장과 같이, 고객이 당첨된 사은권에 대해서 핑계나 변명을 대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고 신사적인 태도로, 손해을 보더라도 깨끗이 인정하고 그 상금을 지급하는, 기분 좋은 장면들이 영화 상영 시간 내내 화면에 온통 가득차 있어 그 기운이 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크리스찬 디오르'라는 패션 브랜드 회사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와 그 창업주(크리스찬 디오르)에 이어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된 라프 시몬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핏 생각하면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지루하겠다 싶겠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점점 옷을 만드는 현장 속으로 빠져들도록 생동감과 열정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고객 한 사람의 요구를 듣기 위해서 수석 팀장이 뉴욕으로 날아가서 의견을 듣고 시간 안에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서 하고 있던 일을 해 내는 장면 등은, 일선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감동이 저절로 나오는 모습이었습니다. 엄청난 일을 해야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일 없이 일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도 보기 좋았고, 또 그들 한 명 한 명이 한 두 해가 아니라, 창업일부터 지금까지 4,50년을 함께 일 해 왔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창업자 크리스찬 디오르(1905~1957)의 자서전에 나오는 그의 말이 다큐멘터리의 설명이 되는가 하면, 동시에 현재 열정적으로 콜렉션 작업을 하는 수석 디자이너의 말이 되어 절묘하게 화합되는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각본이라면 각본입니다. 그리고 이런 각본 없는 다큐멘터리식 영화를 통해서, 옷을 만들고 선보이는 일이 그저 값비싼 브랜드가 장사하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철학과 문화 예술의 가치를 담는 흥미 진진한 작업임을 증명해 내고 있습니다.
패션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영화를 보고 난 후 잔잔한 감동의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 일단 영화 평점은 높게 줘야 할 것 같습니다.
*Suzan Vega의 Tom's D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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