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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앤 머시, Beech Boys의 Brian Wilson 이야기

석전碩田,제임스 2015. 7. 30. 15:29

사회 후에 있었던 약 한 시간 정도의 <아트 토크>는 영화의 감동과 여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밴드 음악의 역사를 일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종의 보충 수업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영화평론가 한창호의 차분한 진행이 돋보였습니다. <평론>이라는 쟝르가 결국 문학이나 예술의 본질을 더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 것처럼, 나처럼 대중 음악과 영화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좀더 깊이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음악영화의 경우, 음악에 대해서 모르면 영화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 보충 수업을 통해서, 비치 보이스가 서양 대중음악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영국에서 발행되는 <Rolling Stone> 전문 음악 잡지에서 그동안 발표된 음악 앨범 500을 골랐고, 또 그들의 순위를 매긴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순위에서 비치 보이스는 비틀즈에 이어 당당히 2위에 오를 만큼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이죠.(*참조 : "Rolling Stone's 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


 

렇듯 서양 대중 음악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하나로 공인되는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 1942년생이니까 지금 나이 74세에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60년대 이후 기나긴 침체기를 맞았고, 비틀즈나 롤링 스톤즈가 그들의 신화를 차곡차곡 쌓아가 전설이 되고 있을 때,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니는 신세였습니다. 60년대 최고의 밴드 비틀즈가 활동할 때, 이 천재 집단을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밴드는 롤링 스톤즈가 아닌, 바로 비치 보이스 브라이언 윌슨이었다는 말입니다.  

 

기의 라이벌 비틀즈와 비치 보이스는 각각 영국의 리버풀과 미국의 캘리포니아라는 환경에서 그들의 음악적인 배경과 삶의 배경으로 곡을 썼습니다. 63년 비치 보이스의 '써핀 USA'는 서핑과 자동차로 대표되는 미국 서부 남부 해안의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변했습니다. 브라이언 윌슨은 비틀즈의 1965년 앨범, <러버 소울> 앨범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고, 그것을 넘어서고야 말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당시 스튜디오 녹음 기술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드럼, 베이스, 기타 등 단촐한 악기 구성에 의한 리듬과 멜로디를 벗어나, 다양한 악기, 소리 자체의 느낌을 고스란히 포함시키는 새로운 형식의 음반을 만들었습니다. 멀티트랙 레코딩에 의한 악기 연주와 파트별 분리 녹음, 오버 더빙을 통한 소리의 중첩 효과, 다양한 악기와 효과음의 사용 등 당시로서는 일대 전환을 시도한, 패러다임의 변화였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브라이언의 이런 시도가 너무도 잘 그려져 있더군요.  

 

리고 혜성처럼 나타난 비치 보이스의 음반(Pet Sounds)은 천상의 하모니와 브라이언 윌슨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러나 Pet Sounds 앨범이 출반되면서 비치 보이스는 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치닫게 됩니다  

 

상이, 보충 수업 시간을 통해서 이해한 비치 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에 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브라이언 윌슨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를 따라 간다면 훨씬 폭넓은 이해가 될 것입니다. 영화는 그룹 비치 보이스와 그가 60년대 정점에 서 있을 때와 그 이후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의 이야기 즉 80년대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보여주며 진행됩니다. 그래서 시대를 달리하는 같은 인물 역할을 위해서 21역 배우를 쓴 영화입니다. 젊은 시절 브라이언은 폴 다노가, 나이 든 역할에는 존 쿠섹이 열연을 합니다.  

 

악적 천재성을 발휘하는 브라이언 윌슨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영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갈등 관계로 풀어가는 Cod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아들과 사촌, 그리고 친구를 규합하여 음악 밴드를 만든 장본인도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브라이언의 천재성을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끌어내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폭압자로 등장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결국 그의 음악은 점점 마약중독과 신경쇠약 증상 등을 겪으면서 더 이상 발휘되지 못하고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맙니다  

 

Schizophrenia(정신분열증). 지금은 정신분열증을 '조현증'이라는 용어로 부르기로 했지만, 브라이언 윌슨은 생각과 감정, 행동이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조현증상을 겪게 되고, 또 그룹 멤버들과의 관계도 깨지면서 수렁으로 빠져버리고 맙니다. 영화는 그 수렁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60년대에는 실제 아버지가 브라이언을 통제하는 '절대자'였다면, 80년대 수렁 속에서는 정신과 의사(유진 랜디 역)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절대자'가 되어 폭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압자인 '아버지'의 올무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삶을 찾는 '구원'이지만 60년대, 잘 나가던 시절에도 쉽지 않아 마약으로 그 해결책을 찾았다면, 80년대 법적으로 완벽한 통제자로 군림하는 또 다른 폭압자 정신과 의사 '아버지'로부터 벗어 나는 것은 더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직 그에 대한 멜린다 레드베터의 진정한 사랑과 관심(Love & Mercy)만이 그를 그 깊은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는 것을,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서, 그러나 울림있는 큰 목소리로 웅변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화의 마지막 장면은, 실제 브라이언 윌슨이 Love & Mercy를 부르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한 사람 천재 뮤지션의 쓸쓸한, 회한에 찬 노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짠하더군요. 그러나 그 가사는 여전히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화가 끝난 후 마지막 앤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흐르는 멋진 노래를 놓치는 우는 절대로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유있게 일어서는 에티켓이 발휘되어야 할 영화랍니다. ^&^


 

 

 

 

 

 

*2012년 다시 재기한 Beech Boys의 실황연주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SDAt01Cuq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