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아들이 전부인 엄마 재키(헬렌 헌트)는 아들 앤젤로(브렌튼 스웨이츠)가 학교에서 자퇴하면서까지 곁길로 가려고 하는 것이 못 마땅합니다. 소설을 쓰는 아들, 그리고 뉴욕에 있는 잘 나가는 출판사의 커리어 우먼으로 편집과 교정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는 열정적인 엄마는 삶 속에서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뉴욕과 LA, 그리고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아들 하나를 품 안에 두려고 하는 엄마와 그 품을 벗어나려고 하는 아들, 그리고 거대한 자연의 힘과 이것을 자기 힘으로 억지로 이겨보려고 하는 인간의 애처로운 투쟁이 대결 구도로 그려지는 데, 아마도 이것이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코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하자면 영화는 일렁이는 파도로 대변되는 거대한 자연(바다)의 힘과 여기에 대비되는 것으로, 자기의 노력과 악착같은 자기 관리로 쌓아 올린 지식과 정보, 그리고 사회적인 조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힘겨운 현대인의 모습을 대척 점에 두고 서핑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서서히 자연에 순응해 가는 것, 즉 자신을 그 큰 힘에 내어 맡길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나는 등장 인물들이 저런 성격과 인성을 가지게 된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워크 홀릭이 되어 버린, 그리고 아들에게 엄청난 집착성향을 보이는 재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그런 의문점 말입니다.
영화는 첫 장면 하나만으로 재키와 앤젤로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그녀가 왜 아들에게 집착하는 지에 대한 실마리를 알게 되도록 사연을 풀어 놓습니다. 앤젤로의 형이 사고로 죽은 사건이 트라우마(Trauma)로 남아 결국은 남편과도 이혼을 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면서, 죄책감과 저항, 그리고 회피와 일 중독증이 될 정도로 변해 온 재키의 과거를 알아가게 되면서, 아들에게 뿐 아니라 그녀의 삶 주변 인물들에게 무례하기까지 스슴없이 행동하는 당돌한 그녀에게 동정심마저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동굴 속에서 딱딱한 껍데기에 싸여 있는 자신을 깨닫지 못하고, 모든 게 스스로 완벽한 그녀가 서서히 허물어져 가면서, 영화에서 키 코드로 설정한 대척점의 중심점이 점점 이동해 가는 과정이 바로 영화의 진행 과정이면서, 이 영화가 바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에 대해서 말하는 것임을 확인하는 장면입니다.
능력있는 커리어 뉴요커 우먼 재키가 아들 앤젤로가 자신의 삶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기 위해서 떠난 LA라는 도시에 대해서 거침없이 비방하던 태도에서, 언젠지는 모르지만 LA에 계속 있게 될 것이라고 아들에게 완전히 역전된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그 첫 번째 장면입니다.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후, 일 밖에 모르는 악착 같았던 능력자인 그녀가 마리화나를 피운 탓인지는 몰라도, 이성적이고 경직된 지금까지의 태도는 없어지고 우는 듯 웃는 듯 완전히 풀어지는 감정을 경험하는 장면은 그 두 번째 장면일 것입니다.
그리고 몰려 오는 거대한 파도를, 소독 냄새 진동하는 수영장에서나 통하는 수영 실력으로 이겨보려고 했던 그녀가, 몰려 오는 파도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올라타서(Ride) 써핑 보드 위에 힘겹게 일어 서는 장면은, 내 앞에 있는 어쩔 수 없는 삶의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어쩌면 상징적으로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세 번째 확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메라 앵글을 몰려 오는 거대한 파도와 같은 높이에서 찍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내가 바닷물에 떠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화면이 압권입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파도를 타는 서퍼가 되고 싶다면,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삶일까 해답을 얻고자 한다면 이 영화 놓치지 마세요. ㅎㅎ
* 2015년 7월 16일 씨네큐브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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