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17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아직 나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내가 너무 무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 전 퇴근을 하면서 그래도 천만을 돌파한 영화이니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롯데 시네마 홍대점을 찾았더니, 아쉽게도 이미 명량 영화는 내린 후였습니다.
비록 그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달 벌초를 하기 위해서 고향을 찾았을 때, 영화에 등장하는 우리 집안의 직계 조상인 배설 장군을,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역사 왜곡을 해 가면서까지 난도질을 했놓았다면서 마을 종친들이 비분강개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온터였기도 하고, 또 처음부터 거대 자본을 이용해서 전국의 극장을 싹쓸이 하면서 흥행 열풍을 조작해내는 행위 등이 마음에 안 들어 보고 싶지 않은 영화라 포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대안으로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명량>을 포기해도 전혀 아쉽지 않은 이유를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소리 없이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내고 있는 영화답게, <비긴 어게인>을 본 소감은 한마디로 '대단히 만족, 엑셀런트'였습니다. 한마디로 음악의 감동에, 그리고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시간이었습니다.
댄, 한 때는 잘 나가던 스타음악 프로듀서지만 아내의 외도와 별거를 겪으면서 삶에 대한 에너지마져 고갈 된 상황, 또 실직의 아픔도 경험하며 실의의 나날을 보내는 남자 주인공입니다.
영화는 이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이야기의 내용들이 한곡 한곡 불려지는 노래의 가삿말로 관객의 귀에, 가슴에 전달되면서 알지못하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영화의 강점입니다.
세속적인 성공을 탐하지 않고 그들만의 순수한 음악세계를 즐기며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하여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면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그들은 보여주고 관객인 우리는 느끼는 영화입니다. 재능과 열정은 있지만 돈이 없는 그들은 뉴욕 거리를 스튜디오로 삼아, 기계로 정돈되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소리를 그대로 흡수하며 음악을 만들어 갑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무 댓가없이 모여 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흥겹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멋진 뉴욕을 배경 삼아 흥겨운 음악 투어를 합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호수 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옥상, 차이나 타운, 뉴욕 지하철, 할렘 뒷골목 등 특색있는 뉴욕 거리 곳곳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청각 뿐 아니라 시각도 호사를 누리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각고 끝에 음악은 성공을 거두는데 그들은 음악 제작사와 계약을 맺지 않고 유투브,페이스북 등 SNS 통하여 그들이 애써 만든 음악을 단 돈 1달러에 유포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는 일파만파로 날개를 달고 세상사람들에게 퍼져 나갑니다. 그리고 그레타는 말합니다. "수익은 함께 고생을 한 뮤지션들과 똑같이 나눌거라고... "
2014년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입니다. 긴 연휴 기간 동안 대중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살짝 옆으로 밀쳐두고, 음악이 있어 유쾌하고, 열정이 있어 감동이 되는 따뜻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 영화 <비긴 어게인>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꼭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영화 속의 그들처럼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가지면서 말입니다. ^^
'문화산책-독후감·책·영화·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꾸뻬씨의 행복 여행 (0) | 2014.12.04 |
---|---|
필립 얀시 방한 인터뷰 (0) | 2014.10.22 |
[영화] <리스본행 야간 열차> (0) | 2014.06.30 |
[영화]<차가운 장미> (0) | 2014.06.09 |
조각가 김영원 개인전 <Shadow of shadow> (0) | 2014.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