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독후감·책·영화·논평

[영화]꾸뻬씨의 행복 여행

석전碩田,제임스 2014. 12. 4. 11:34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87351&videoId=46485

행복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무엇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이런 행복에 대한 고민은 우리에게 진부하리만큼 오래된 질문입니다. 행복해지는 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변적인 답변들로 신물이 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씨네큐브에서 진행한 <2014년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 마지막 날, 갑자기 주어진 하루 휴가를 이용, 조조 영화를 관람했는데,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 '정말 영화 잘 만들었다'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영화에서 표현할 수 있는 기발한 기술들을 총동원해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감독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평범해도 너무도 평범한 일상에 익숙해져서, 그 쳇바퀴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던 정신과 의사가 어느 날, 도대체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를 찾아 나서는 <행복 찾기 여행(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 아버지에 이어 정신과 의사가 된 프랑수아 를로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2002년 자서전적인 소설로 출간된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영화한 것입니다. 당시 출판과 동시에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면서 세계 12개국에 소개되었고, 지금까지 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책 중 한 권으로 꼽힌 책이었죠.

그래서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원작과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 헥터(Hector)는 영국을 대표하는 코미디 배우 사이먼 페그(Simon Pegg), 그의 여자 친구 클라라 역에는 로자먼드 파이크(Rosamund Pike)가 연기하는데 원작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고, 또 코어만 교수역으로 연기하는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등장, 역시 영화가 이런 재미가 있구나를 확실히 느끼게 해 줍니다.

매일같이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상담하는 런던의 정신과 의사 헥터그리고 그의 여자 친구 클라라의 관계가 영화의 전체적인 대강(大綱)을 이루며 흘러가고, 그 위에 상담을 하면서 소진(消盡, Burn-out)되어 버린 헥터가 어느 날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뭘까’를 갈급해 하며서 모든 걸 제쳐두고 훌쩍 행복 찾기 여행을 떠나 사람들을 만나 깨닫는 내용들을 수첩에 적어가는 과정이 바로 영화의 내용이 됩니다.

돈이 행복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상하이의 은행가 에드워드, 중국의 뒷 골목에서 몸을 팔면서 생활하는 매춘부, 중국 국경 지대에서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 고승, 아프리카 대 평원에서 맹수들과 더불어 가난하게 살아가지만 살아있는 참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아프리카 마약 밀매상 디에고 바레스코,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말기암 환자, 그리고 가슴 속에 간직해 뒀던 LA의 첫 사랑 아그네스까지 주인공 헥터는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을 통해 행복 리스트를 완성해 갑니다.

 

01 남과 비교하면 행복한 기분을 망친다
02. 많은 사람들은 돈이나 지위를 갖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03. 많은 사람은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04.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할 자유가 행복일지도 모른다
05. 때론 진실을 모르는 게 행복일 수도 있다
06. 불행을 피하는 게 행복의 길은 아니다
07. 행복은 일종의 부수적 효과다
08. 행복은 소명에 응답하는 것
09. 행복은 있는 그대로 사랑 받는 것
10. 고구마 스튜!
11. 두려움은 행복을 가로막는다
12. 행복이란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13. 행복은 좋은 일을 기뻐할 줄 아는 것
14. 사랑은 귀 기울여주는 것
15. 향수에 젖는 건 촌스러운 짓이다
16. 우린 다 행복할 의무가 있다

 

말하자면, 위에 열거한 열여섯가지의 행복 리스트가 바로 영화를 꾸미고 있는 내용이며 이야기의 내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촬영 장소가 워낙 방대하고 다양해서 제작진들 마저도 우스갯 소리로 이 프로젝트가 ‘서로 독립된 4개의 작품을 찍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였다는 후문이고 보면,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였던 영국 런던, 카나다 뱅쿠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중국 상하이,오스트리아 바바리안,인도와 티벳 국경의 근교 도시 등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면만으로도 눈이 호사했다고 느낄 만한 영화입니다.

영화관에서 내리기 전에, 큰 화면으로 이런 멋진 풍광을 즐기시려면 지금 서둘러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Ace of Base의 Happy Nation

'문화산책-독후감·책·영화·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국제시장  (0) 2014.12.28
[영화] 봄  (0) 2014.12.08
필립 얀시 방한 인터뷰  (0) 2014.10.22
[영화]비긴 어게인(Begin Again)  (0) 2014.09.04
[영화] <리스본행 야간 열차>  (0) 201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