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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석전碩田,제임스 2014. 12. 28. 20:45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많이도 흘렸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중년으로서, 우리 아버지 세대부터 아들 세대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 속에서 아마도 감정이입이 제대로 된 모양입니다.

6.25전쟁과 배고픈 시절의 치열했던 생활 전선에서의 몸부림, 그리고 독일 파견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 그 후 경제 부흥기에 경제 역군으로 위험을 무릎쓰고 베트남전쟁 현장을 누비면서 재산을 일구는 과정,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살만한 때가 되었을 때는,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아 다 늙어버린 쭈그렁 바가지가 되어버린 주인공.

그런데, 영화를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하면서 어느 부분에서 내 눈물샘이 터져버렸는지를 되짚어 보면, 별것 아닌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책임감을 가지고 누군가를 위해서,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아니 내 인생이 희생되더라도 누군가를 위해서 정면돌파하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린 가장으로서, 또는 독일 현지에서 어려움을 당한 동포를 위해서 위험을 무릎쓰고 무너진 탄광 막장으로 뛰어들어가는 장면, 그리고 베트남 현지에서 현지인들의 간절한 애원을 뿌리치지 않고 들어주는 과정에서 얘기치 않게 큰 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게되는 장면 등,  "그 누군가"가 꼭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그렇게 달려 온 고달픈 삶에서, 오직 위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생사를 알지 못하고 헤어져 지금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 그러니까 주인공은 그 수많은 곡절들을 겪으면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여, 이만큼 잘 살아오긴했지만, 그 속에서는 아직도 울고 있는 '내면 아이'가 그 상처를 치유받지 못한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장성한 자녀들은 그런 아버지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해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장면에선 더욱 울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이런 삶을 살아온 주역 세대는 곧 거의 가고 이 땅에 없을 것입니다. 나를 포함해서, 그 중간 세대들이 이제 삶의 경주장에서 바톤을 받아 들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후, 함흥부두에서의 철수 장면은 지워지고, 배 고픈 보리고개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 과연 내 다음 세대들은 영화를 보면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과 같은 감동을 받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영화를 감상한 오늘, 다음 세대를 위한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서 누군가를 위해서 나를 희생하고 손해를 보는 일에 기꺼이 나를 던지는 것이야말로 내가 살아가는 참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어설픈 다짐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