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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

석전碩田,제임스 2014. 12. 8. 16:47

영상과 화면이 너무 너무 아름다운 잘 된 영화니까 꼭 한번 보라는, 중년인 지인의 추천을 받고 순간적으로 '이 영화도 <비긴 어게인>과 같이 입 소문으로 흥행을 할 영화구나'하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도 모르고 있다가 같은 나이 또래의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고 느지감치 봤던 영화였거든요. 추천을 받아 놓고도 시간을 내지 못해 차일피일 하다가 지난 주말에서야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찾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고난 후,  그 지인이 무엇때문에 추천을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장면 하나 하나가 정말로 아름다운,수작(秀作)의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혀 갖지 못한 채 덜컥 예매부터 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까지 영화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가장 궁금했던 것이 영화의 제목을 <봄>이라고 평범하게 지은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었는데, 영화관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광고지에는 이런 소개 글이 있었고, 영화를 감상한 후에는 그 내용에 공감이 가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희망이 보이지 않던 가혹한 시절에 비로소 나는 찬란한 봄을 맞았다]라는 제목과 함께 실려 있는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1960년대 말,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전하러 온 남자가 집에 눌러앉아 폭군처럼 군림하고, 혼자 힘으로 아이 둘을 먹여 살리느라 슬퍼할 겨를도 잊고 산 어느 날, 단아하고 고운 여인(김서형)이 찾아와 내게 누드 모델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했다. 생소했던 그 모델을 하면서 나는 비로소 찬란한 봄을 맞았다.

최고의 조각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남편은 병을 얻으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고향으로 낙향한 후로는 작업도 접고 삶의 의지마저 꺾이고 만 조각가 남편(박용우)에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 안타까움만 쌓여가던 어느 날,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우리, 또 다시 찬란한 봄 날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끝났는데도 아내는 나를 위해 모델을 찾았다고 한다.

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아내에게 떠밀려 오랜만에 작업실을 찾았다. 아내가 찾은 모델(이유영)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이상적인 비율을 가졌다. 하지만 이미 굳어버린 이 손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나는 다시 조각을 할 수 있을 까?

봄은 혹독한 겨울동안 죽어 있던 만물이 소생하여 약동하는 '생명의 계절'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삶이 결코 탄탄대로가 아니라 추운 겨울과 같은 곡절이 있고 시련과 풍파가 있지만, 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죽어가는 육체가 소생하는 것이 봄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암울하고 미래가 없는 팍팍한 삶이 끝나고 살아가는 기쁨과 환희,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이 봄이기도 할 것입니다.  또 어떤 이에게는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을 꿈꾸면서, 현재의 아픔과 절망을 이겨내며 밝은 미래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봄'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각가 준구가 한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선물하려고 했던 것도 바로 <봄>이 아닐까.

 

비록 자신의 육체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요절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봄을 선사함으로써, 죽음은 다시 희망과 의미를 지닌 생동하는 화려한 '봄'으로 재탄생될 수 있다는 것도 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현실 기독교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결국 사랑과 은혜, 성육신의 희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 <밀양>이 데자뷰처럼 생각이 나는 건 왜 일까요?  인텔리 부잣집 예술가로 대표되는 조각가 준구, 그리고 단아함과 고상함으로 대표되는 기독교 권사인 아내 정숙이 추구하는 세계를 '정신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모델로 역할하고 있는 여 주인공의 삶은 가장 낮고 천한, 팍팍한 '현실의 영역'입니다. 이 두 세계가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쯤일까요? 바로 이 영화는 그것은 죽음과 희생을 불사해서라도, 그곳으로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했기 때문입니다. 강.추입니다.^&^

*The Bee Gees의 Be who you 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