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에 집안에 설치해 놓은 인버터 메인보더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A/S 수리를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A/S 업체와 연결되어 무사히 고장을 수리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몇가지 씁쓸함은 표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때에는 태양광 사업이 소위 황금알을 낳는 신산업이라면서 골목마다 홍보하는 전단이 넘쳐 났습니다. 저도 그런 홍보 찌라시를 읽고 결단을 했으니까요. 당시 70%를 정부에서 보조하고 자부담은 30%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보조금은 그 이후 해마다 60%, 50%, 40%로 떨어지다가 이제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는군요) 총 공사비 3,000만원 중에서 당시 제가 부담했던 돈이 600만원 정도였으니, 어찌 보면 큰 혜택을 입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발전기를 설치한 이후 전기요금에 관해서는 한 시름 놓을 정도로 저렴한 전기요금의 혜택을 제대로 봤지요. 벌써 햇수로 7년이 지났으니, 매달 10만원씩이 절약이 되었다고 해도 투자 비용은 다 건진 셈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나 봅니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데 정부(정확하게 표현하면 한국전력)에서 보조해 주는 부분이 없어졌기 때문에 엄청난 초기 비용을 투자해서 발전기를 설치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신에너지 산업이라고 우후죽순 늘어났던 태양광 발전기 설치업자들은 스스로 살아 남기 위해서, 예전에 설치해 놓은 제품을 A/S 해 주는 회사로 전환해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바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하면, 그들이 부르는 가격이 천정부지여도 거부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설치한 업자는 없어진 상황에서, 고장이 나면 고객 입장에서는 A/S 업체를 연결할 수 밖에 없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견적서의 가격은 다른 곳과 비교해 볼 수도 없고, 또 다른 업체를 선택할 수도 없다는 것이지요.
"○○이 고장났는데, 고치는데 새 제품으로 고치면 80이고 리퍼 제품으로 고치면 50입니다."
"뭐가 그리 비싸요? 견적서 좀 주세요."
견적서를 보고 난 후, 다른 관련 업체에게 이 가격이 현실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 본 후에 결국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그래도 한 푼이라도 싼 가격인 '리퍼 제품'으로 고쳐달라고 요청을 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비교할 곳이 없었고, 그 제품을 만든 회사가 없어졌기 때문에 제품을 구입하려면 처음 연락했던 그 A/S업체에서만 취급한다는 것이었지요.
결국,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꽤 짭짤한 금액을 결제해야했습니다. 요즘 날마다 오르는 전기 요금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는데, 발전기가 고쳐져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걸 보니 이제 마음이 한결 놓이긴 하지만 수리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씁쓸함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정부에서 하는 정책이 10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이고 또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착한 서민들은 언제나 봉일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글-隨筆 · 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청 3매 (0) | 2014.03.21 |
---|---|
폭탄 테러 소식을 접하고 (0) | 2014.02.18 |
드디어 스마트폰 하나를 장만했어요 ^&^ (0) | 2013.09.12 |
4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 (0) | 2013.08.30 |
처음 당해보는 아픈 경험 후의 단상들.. (0) | 2013.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