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13.3.23 천마산 - 멋진 시에 푹 빠지다

석전碩田,제임스 2013. 3. 24. 19:47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천마산..해발 812m 천마산은 스키장으로 유명해서인지 산행지로 소개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접근하기에도 그리 멀지 않고 또 함께 산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육산이며, 또 정상 부근에는 적당한 암릉과 확 트인 전망까지 갖추고 있는 꽤 괜찮은 산이었습니다. 

 

호평동 버스 종점에서 출발하여 천마의 집까지는 마치 본격적인 운동에 앞선 몸풀기 코스와 같이 평범했습니다. 그러나 천마의 집에서 올려다 본 정상은 까마득하게 높은 곳으로 올려다 보였지요. 천마의 집에서부터 정상까지는 안내 게시판에 '51분'이라고 표시된 걸 보면서, 이 정도면 모로가나 기어가나 못 오를까 하는 생각 때문에 안심이 되었지요. ^&^ 주변에 청소년 수련원이 있어서인지 오르내리는 내내 단체로 오른 중고등학생 또래의 청소년들이 많이 눈이 띄기도 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코스 중간 중간에 마련된 쉼터에는, 어김없이 멋진 시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는데, 정상을 거쳐 가곡리 정류소로 하산할 때까지 깊은 울림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어루만져주는 듯 했습니다. 일행 중 한 분은 '마치 오늘 산행은 시화전을 본 기분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시에 반했다'고 산행 후 소감을 말하기도 했지요.

 

2013년 와우산악회의 첫 산행이었던 천마산 산행은 따스한 봄 기운을 맘껏 받으며 새 봄을 맞는 풍성한 대화들과 시정이 넘치는,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하산 후 점심 식사로 먹은 어랑 만두국은 행복한 오늘 산행의 화룡정점이었답니다. ^&^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 박강정

 

누군가가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거칠 것 없고

머무름 없는 바람으로

그저 자유롭게

허허로운 내 모습 감추고

떠나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나를 위해 울어 줄

단 한사람에게도

마지막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갈림길

- 정일근

 

길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

 

 

너에게로 가는 길이 나에게 있었고

나에게로 가는 길이 너에게 있었다

 

지금 가장 멀고 험한 길을 걸어

너는 너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작별하자

 

이승에서의 길은 여기까지다

 

길이란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것이니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것이니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