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13.2.2 강화 마니산(함허동천)

석전碩田,제임스 2013. 2. 2. 21:55

많은 사람들이 마니산을 오른다고 하면 계단길을 걸어 참성단 쪽에 있는 마니산을 오르는 것만 생각하는데, 사실 마니산을 제대로 오르는 길은 정수사나 함허동천 쪽을 기점으로 능선을 오른 후 참성단까지 능선 길을 걸어 양쪽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광을 감상해야  제대로 된 마니산 산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니산의 능선길은 암릉으로 되어 있어 아슬 아슬 바위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게 즐길 수 있는 멋진 코스입니다.

 

함허동천(涵虛洞天)..오래 전 <함허동천>이라는 범상치 않은 지명을 처음 접했을 때, 궁금증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정확한 뜻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듣기만해도 뭔가 야릇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네 글자의 매력에 끌려 그동안 마니산을 오를 때마다 이곳을 기점으로 해서 오르거나 아니면 바로 옆에 있는 정수사를 기점으로 올랐습니다.

 

오늘은 산행기를 쓰는 것 보다 함허동천이라는 지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번 해 봐야겠습니다. 왜 함허동천일까? 함허동천이라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

 

유래는 이렇습니다. 조선시대 기화 스님이란 분이 계셨습니다. 스님은 신라시대부터 이곳에 있던 精修寺(정수사)를 다시 수리하고 나서, 인근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는 것을 보고 이름을 淨水寺(정수사)라 개칭했습니다. 그리고 그 인근 계곡에 있는 너럭바위가 몹시 마음에 드셨던 모양인지 자신의 堂號를 따서 ‘함허동천’이란 글귀를 써놓았습니다.  아직도 이 계곡 너럭 바위에는 기화스님이 직접 새겼다는 ‘涵虛洞天(함허동천)’이라는 네 글자가 전서체로 음각되어 있습니다.  그 뜻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다’는 뜻이라고도 하고, 아니면 <동천복지(洞天福地)>의 준말로 서구의 이상향, 파라다이스에 대비되는, 동양의 '낙원' 또는 '무릉도원'이 텅빈 상자에 가득차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해석은 전설로 내려오는 기화 스님과 얽힌 이야기가 그 의미를 더 애절하게 하기도 합니다. 기화스님은 불문에 귀의하기 전에 이미 결혼하여 아리따운 아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내는 홀연히 사라진 남편을 찾아 다니다가 뒤늦게 이곳 정수사에서 수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아내가 먼 길을 달려와 만나주길 원했으나 스님은 이를 외면한 채 너럭바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었답니다. 스님이 마지막 글자를 새기고 일어나던 날, 그 아내는 기다리다 지쳐 정수사 앞에 있는 바다에 스스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큰 바위 하나가 물 위로 솟아올랐는데, 사람들이 이 바위를 <각시바위>라고 불렀다고 하는 전설입니다. 

 

이것이 바로 함허동천이라는 지명이 생기게 된 이야기랍니다.


▶11시 30분 함허동천 출발 ~ 능선 ~ 정상 ~ 정수사 ~ 함허동천 야영장 (소요시간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