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13.4.27 가야산(만물상 코스)

석전碩田,제임스 2013. 4. 28. 14:48


대서초등학교..경북 성주군 대가면 대천리에 소재한 작은 초등학교입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어느 기업에서 인수하여 체험 학습장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장소입니다.  이 학교 교정에서 남쪽으로 바라 보면 저 멀리 언제나 큰 바위의 얼굴과 같이 우뚝 솟아있는 산이 바로 가야산입니다. 언제나 올려다 보면서 바라 보던 산..그래서인지 초등학교 교가에는 '가야산의 정기를 받아~'라는 표현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그 산을, 40년이 지난 오늘 친구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그것도 우리들이 초등학교 3, 4학년 무렵인 1972년 가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38년동안 개방되지 않았다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개방된 만물상 코스로 올랐으니, 감개무량했습니다. 이 날 우리가 오르고 있을 때 전국에서 찾아 온 등산객들이 줄줄이 앞 뒤에 서서 올라 산행로가 비좁기까지 했지요.


누군가 “만물상 코스는 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경관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등산로"라고 말했던 것처럼, 기암괴석으로 뒤덮힌 산행로를 그냥 숨을 헐떡이면서 지나치기엔 너무 아쉬워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예상 소요시간보다 훨씬 많이 소요되었지만 정말로 내 고향에 이런 멋진 산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오르다가 힘들면 같이 오르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사진을 찍습니다. 찍는 배경마다 멋진 View Point이니 따로 배경을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38년 만에 등산로를 개방한 가야산 만물상 코스. 한마디로 ‘기암괴석의 향연’이고 ‘자연의 교향악’이었습니다. 코끼리바위, 돌고래바위, 기도바위(일명 부처·불상바위), 두꺼비바위, 쌍둥이바위 등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가 지천에 뽐내는 듯 널려 있었고, 기도바위는 아직도 기도가 끝나지 않은 듯 세상을 등지고 면벽 좌선하는 모양으로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습니다. 수천 년의 세월을 버텨온 그 자세가 언제쯤 끝이 날지….


코끼리바위는 몸통을 감추고 수줍은 듯 길쭉한 코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가만히 턱을 괸 형상의 얌전한 돌고래바위가 있는 반면, 마치 먹이를 달라고 점프를 하는 듯한 모습도 있습니다. 두꺼비 바위는 원체 덩치가 큰 녀석이라 옆을 지나쳐도 그 형체를 금방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한참을 지나 뒤돌아봐야 제대로 모습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광개토대왕비석처럼 생긴 바위, 쌍둥이바위 등등 그 형상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오죽했으면 '만물상'이라고 이름지었으랴.


▲ 마당바위


비바람에 깎이고 씻긴 기암괴석들은 억겁의 세월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각각의 바위들은 마치 ‘자연의 교향곡’이라도 연주하는 듯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저들 스스로 ‘교향악’이라 불러 달라는 듯 말입니다.


만물상 능선의 백미는 그 능선 끝 지점에 있는 상아덤입니다. 상아덤에 올라서면 이곳이 바로 상아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안내 팻말이 하나 친절하게 서 있습니다. 이곳에서 되돌아 보면 힘겹게 올라왔던 지나 온 길의 만물상의 모든 형상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카메라를 꺼내 한참을 이리저리 찍어 봅니다.  카메라 셔터를 아무리 눌러도 지겹지 않았습니다.  


코스 : 야생화식물원 ~ 만물상코스 ~ 서성재 ~ 백운동 용기골 계곡 ~ 야생화식물원

소요시간 : 4시간 30분


▲ 돌고래바위


▲ 솟구치는 돌고래바위

  

▲ (왼쪽부터)기도바위(부처, 불상바위) / 코끼리바위

▲ (왼쪽부터)주름바위 / 쌍둥이바위
▲ 비석바위


▲ 멀리 가야산의 정상 우두봉이라고 불리는 상왕봉(왼쪽)과 칠불봉(오른쪽)이 올려다 보이는 지점에 떡허니 버티고 서 있는 평상바위 위에서 포즈를 취해 봤습니다.


여기에서, 만물상 코스의 마지막에 서 있는 상아덤에 얽힌 전설을, 안내 팻말 설명문을 중심으로 한번 재구성해보겠습니다.  


가야산 여신(산신)인 ‘정견모주(正見母主)’와 하늘신(천신) ‘이비하(夷毗訶)’가 노닐었다는 전설 이야기입니다. 성스런 기품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정견모주는 가야산 자락에 사는 백성들이 우러러 받드는 여신이었습니다. 여신은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닦을 큰 힘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하늘에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 정성을 가상히 여긴 하늘신 이비하가 오색구름 수레를 타고 상아덤에 내려왔습니다. 천신과 산신의 만남이었지요. 천신과 산신은 성스러운 땅 가야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으며, 형은 아버지 천신을 닮아 얼굴이 해와 같이 둥그스름하면서 불그레했고, 아우는 어머니 여신을 닮아 얼굴이 갸름하고 흰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형은 대가야의 첫 왕인 ‘이진아시왕’이 되었고, 동생은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최치원이 지은 <석순응전(釋順應傳)>과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대략의 줄거리입니다.


▲ 새로 개방된 가야산 만물상 등산로는 평일에도 수백 명의 등산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우리가 오르는 이 날도 온라인 산악회인 '山水산악회'에서 관광버스 3대 120명의 회원이 이 코스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올랐지요.

가야산 정상은 어디일까?… 정상은 상왕봉, 최고봉은 칠불봉


가야산 정상 논쟁을 수년째 벌이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야산 최정상은 이미 다 아는 바와 같이 해발 1,433m의 칠불봉입니다. 논쟁 발단 전까지는 우두봉(상왕봉)이 최고 높으며, 당연히 정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의 우유부단함과 애매한 발표로 현재는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욕심이 가미되어 가야산의 정상을 가리는 논란은 가중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기존의 상왕봉은 행정구역이 경남 합천입니다. 합천은 가야산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인사와 매화산의 남산제일봉, 상왕봉, 최치원이 묵었다는 청량사, 홍류동계곡 등 주요 유적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측 결과 최정상으로 나온 칠불봉은 경북 성주 관할입니다. 성주는 가야산 정상이 당연히 칠불봉이라고 발표합니다. 정상이 바뀌면 행정구역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전체 산의 관할도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합천은 당연히 정상이 상왕봉이라고 발표합니다. 두 개의 정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산과 지도와 관련된 행정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의 애매한 발표 내용은 이러합니다.

“하나의 산에는 여러 봉우리가 있으며, 그 중에 제일 높은 봉우리라 해도 정상이 아니며 전체의 봉우리 중에 제일 중심이 되는 봉우리가 그 산의 정상이다.”

 

이에 따라서 가야산 정상은 제일 높은 칠불봉이 아니라 중심이 되는 상왕봉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공식 지도표기엔 가야산 정상은 상왕봉으로 나옵니다. 상식적인 판단은 당연히 칠불봉이 가야산 정상이지만 애매한 기준과 행정구역의 관할 때문에 현재 가야산 정상은 상왕봉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중에도, 직접 가야산 정상에 서 본 사람이라면, 왜 가야산의 정상이 상왕봉(우두봉)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정상에 서 본 사람이라면 그저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 쉬어가는 중에 포즈를 취하는 곳마다 멋진 배경이되어 주는 만물상 코스는 아무리 자랑해도 모자람이 없는 최고의 산행 코스.(윗쪽 왼쪽부터, 백선희, 김점태, 아랫쪽 왼쪽부터 황민자, 김현숙)

 

▲ 7부 능선 쯤에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만물상이 쏟아내는 자연의 교향악에 추임새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교통


서울에서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당진상주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또는 영동고속도로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성주IC로 빠져나와 고령 방면 33번 국도를 잠시 타고 913번 도로로 바꾼다. 대가면과 수륜면을 지나 가야산로 중간 지점에서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로 우회전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