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13.5.4 강화 별립산 진달래 산행

석전碩田,제임스 2013. 5. 5. 13:32

무엇이든지 유명세를 타면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누리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강화 고려산의 진달래가 유명해지면서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고려산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강화길이 엄청나게 막힙니다.


올 봄에는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봄꽃을 제대로 만나지 못해 계속해서 제대로 된 봄 꽃이 있다는 소리만 들으면 달려가고 싶었는데, 고려산 진달래가 한창이라는 소식에 토요 산행으로 또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김포를 지나 강화 다리를 건너기 전부터 차들이 막히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새로 생긴 자동차 전용도로 덕분에 강화까지 20여분만에 달려왔으나, 문수산성부터 강화읍을 들어서는데만 거의 한 시간을 길 바닥에서 지체하고 있으니 갑갑한 마음이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결국 이렇게 하여 작년과 같이 고려산 진달래를 만나는 걸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별립산을 찾았습니다. 고려산으로 가는 길을 피해 북쪽 민통선 방면으로 난 길로 돌아 돌아 내가면 창후리에 있는 별립산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별립산은 산 전체가 진달래로 뒤덮혀 있다는 표현이 딱 맞게 온통 붉은 색으로 불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고려산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한적한 산행로에 뒤덮힌 진달래...정말 황홀했습니다.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는 고은 시인의 짧은 시처럼, 한적하다못해 진달래 천지인 별립산을 전세내다시피 한 조용한 산행로에서, 이름 모를 봄꽃들을 카메라에 담는 행운도 누렸으니....복에 겨운 토요 산행이었습니다.


  

▲ 창후리 서해 유스호스텔 왼쪽으로 난 산행로를 따라 별립산을 오르는 길은 마치 마을 뒤 야산을 오르는 듯한 포근함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진달래의 화사한 연분홍 빛깔에 취해서 연신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사람이 들어가면 오히려 누가될 것같은 마음에 진달래 고운 자태만 담아봅니다.

 

      


    

▲ 산을 오르다가 함께 오르는 동료를 불러 세워놓고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금방 멋진 작품 사진이 될 것 같은 착각(?)에 쉴새없이 찍었습니다.


   

▲ 별립산은 '별도로 우뚝 솟은 산'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랍니다. 강화에 있는 모든 산들이 연결되어 있지만 유독 이 산만큼은 별도로 떨어져 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그래서인지 이곳의 정상에 서면 사방이 확트인 전망이 멋집니다. 북쪽으로는 서해 바다 위에 떠 있는 교동도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손에 잡힐 듯, 진달래로 붉게 물들어 있는 고려산이 보입니다.


 

▲ 정상의 또 다른 봉우리에는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지만, 이를 배경으로 탁 트인 전망에서 즐기는 점심 식사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합니다.ㅎㅎㅎ


▲ 정상에서의 인증 샷도 잊지 않고....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고은의 <그 꽃>) 아무도 없는 한적한 산행로도 별미산 산행의 묘미입니다. 내려 오면서 산행로 옆에 수줍게 피어있는 들꽃들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고려산의 진달래 못지 않게 화려한 별립산은, 아직도 몰래 감춰두고 혼자만 알고 싶은 애인과 같은 산이랍니다.


* 배경음악은 Jessica의 Goodbye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