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말년 휴가를 나온 큰 아들 홍민이..세월이 참 빠르네요.

석전碩田,제임스 2011. 6. 1. 15:13

세월이 참 빠릅니다.

 

큰 아들 홍민이가 벌써 말년 휴가를 받아서 오늘 집에 도착했습니다.  15일간의 긴 휴가...그리고 이 기간이 끝나고 귀대한 후, 6월 21일자로 정식으로 전역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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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홍민이처럼 공군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학생을 상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어머니의 요청에 의해, 말년 휴가를 나온 학생을 만났지요.

 

1학년을 다니다가 공군에 입대해서 2년을 근무하고 이제 제대를 하는데, 계속해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아니면 복학을 해서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참으로 내성적인 학생이었습니다. 이야기 하는 중에 그가 복학을 해서 계속 공부하는 걸 너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위에 친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군에 오기 전, 학교 생활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없다보니 학교 생활이 자꾸 겉돌게 되었고 학점관리도 실패하면서 흥미를 잃었던 것입니다. 

 

15일 간의 말년 휴가를 마치고 제대한 그 학생에게 학교의 행정 부서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소개시켜 주고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바로 곁에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정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동료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그 학생은 점점 학교에 적응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아침 일찍 축구를 하는 저를 따라서 거의 1년 정도 함께 축구를 하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제가 다니는 교회에 자기 스스로 나가면 안되느냐고 하더니 자기 발로 청년부에 나와서 등록한 후 열심히 신앙생활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행정부서 아르바이트는 그만 두고  이제 졸업반 학생으로서 학과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면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는 그를 만났습니다. 사귀는 여학생도 있다면서 싱글벙글 자랑하는 녀석을 보면서, 2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제 마음도 흐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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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그 학생이 전역하던 바로 그 해 중순 쯤에 입대한 큰 아들 홍민이가 오늘부터 15일간의 말년 휴가를 나왔습니다. "벌써 2년이 지난거야" 라는 놀라움 보다는, 이제 제대 후에 자신의 진로를 위해서 홍민이도 고민하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통해서 진심으로 나름대로 뭔가를 생각하는 홍민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도해 온 대로, 부지 중에 천사를 대접했다가 복의 근원이 되었던 아브라함처럼, 기도하는 중에 좋은 만남들이 있어, 제 스스로 삶의 모양새를 준비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 이 아비의 작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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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남자로서, 군 복무하는 기간은 참으로 기묘한 의미가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여자들이 결혼을 함으로써 드디어 성인이 되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남자는 군에서 제대함으로써 제대로 된 성인으로서 인정을 받는 의미가 있다고나 할까요. 제대를 한 후에는 뭔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또 사회적으로도 어른스러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위의 암묵적인 기대감이 아마도 그렇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성인 청년으로서,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삶의 길을 잘 준비하는 지혜로운 아들이길 바라는 기도를 드립니다.

 

 

지난 초봄 홍민이가 근무하는 부대를 사촌 형인 홍철, 홍수, 그리고 친 동생 홍찬이가 면회갔을 때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