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0일...
서울시에서 제가 사는 동네가 속한 마포구 연남동 일대 도시 계획을 공고하였습니다. 그 지역이 제가 살고 있는 집과 불과 100여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라 관심이 갑니다.
지금부터 15년 전 쯤이라고 기억됩니다. 연희동에서 살고 있던 저는 아이들이 홍대부속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면서 통학이 좀더 쉽도록 홍대가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연남동과 서교동, 동교동 쯤에 있는 주택들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 아무리 큰 아파트라도 거실이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아파트를 알아보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내부 계단으로 된 2층 주택만을 고집하고 찾아다녔습니다. 잘 리모델링을 한 후에 1층에는 부모님이, 2층에는 우리 가족이 살면 함께 살기 때문에 오는 불편함은 최소화하면서, 함께 모시고 동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지 생각만 했던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극적으로 만나게 해주셨고, 또 당시 한푼의 현금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여서라도 이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우셨습니다. 당시 이 집을 처음 보고 꼭 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는, 저에게 집을 판 사람이 60대 중반의 노부부였는데, 그 분은 80이 넘는 노모를 모시고 살고 계셨지요. 그 분이 20년을 이 집에서 살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큰 병없이 잘 지내왔다는 말에 '아, 이 집을 꼭 구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당에 큰 나무들이 서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도 이 집을 살 때 좋게 고려했던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거의 모든 삶을 시골에서 살아오셨던 부모님께서 서울에 올라와 그동안 좁은 아파트에 사시면서 많이 답답해하셨을텐데, 손바닥만 하지만 마당이 있고 마당 한 켠에는 나무가 있는 정원이 있으니, 제게는 과분한 집이었지요. 돌이켜 보면, 이 집으로 이사와서 지난 15년 동안 아이들도 키워내서 이제는 둘 다 대학생이 되었고, 또 부모님 두 분을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드렸으니, 이 집은 저의 삶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집이 되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제가 사는 집이 있는 골목은 조용하기로 소문난 주택가였는데, 이제는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집이 팔리면 어김없이 그 터에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이 들어오면서 불법 주차 차량들이 늘어나고, 이제는 조용한 골목이 아니라 '개발중'인 주택가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언젠가는 집을 팔고, 다시 조용한 동네로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연희동으로 다시 돌아가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됩니다. 아직까지 연희동에는 조용한 주택가가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고, 또 한 가지는 새벽기도를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이니 자꾸 마음이 끌립니다.
엊그제 발표된 연남동 개발계획 공고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실행에 옮겨질 날도 머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서 잠시 넋두리를 해 봤습니다. ^&^
* 분홍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제가 살고 있는 집의 위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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