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독후감·책·영화·논평

"책 향기 즐기며 숨은 보석 찾아요"

석전碩田,제임스 2009. 1. 30. 09:32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를 읽다가 기사에 실린 책방들이 모두 내가 살고 있는 곳(연희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에 먼저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싼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는 헌 책방이 있다는 사실에 또 기뻤습니다.  앞으로 짜투리 시간이 주어지면 이런 곳들을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잊지않으려고 이렇게 블로그에 옮겨와  메모를 해 둡니다.  책방들의 연락처를 친절하게 일일이 기록해 둔 기자의 배려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 <제임스>

저렴하게 책과 만날 수 있는 서울 헌책방 7곳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판본 30여종 갖춘 곳도
영화 LP·태엽 로봇 등 진열해 추억을 되돌려

 

 

책 읽는 기쁨을 아는 이에게 새로운 책과의 만남은 영원한 행복이다. 주머니가 조금 얇아졌대서 금세 포기할 수 없다. 서울시내 여기저기에 보석처럼 헌책방들이 자리하고 있으니까.

대학생 송다정(여·22)씨는 매주 2~3번 헌책방을 찾는다. 서향(書香) 속에 생활의 여유를 느끼며, 마음에 드는 책을 싼값에 살 수 있어서다. 번거롭게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다. 그가 다니는 학원 인근에 단골 헌책방이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 청진동 르메이에르 빌딩 지하 2층의 '광화문책방'(02-732-6006)이 그곳이다.

광화문책방은 공익재단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하는 헌책방이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4번 출구에서 종각 쪽으로 8분쯤 걸어가야 한다. 책 3만권쯤, 음반 3000장쯤을 갖췄는데 대부분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데다 책방 안이 밝은 색상의 진열대로 꾸며져 있어 헌책방 특유의 퀴퀴한 분위기가 없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짬을 내 들르기 좋고, 어린이 책이 많아 아이 손 잡고 오는 부모들도 많다.
아름다운 가게는 서대문구 대현동 '뿌리와 새싹'(02-392-6004)과 서초구 반포동 '강남책방'(02-542-4004)까지 서울에만 헌책방 세 곳을 두고 있다. 헌 책을 판 수익금 일부는 복지사업에 쓴다니 책을 사면서 좋은 일까지 할 수 있다. 뿌리와 새싹은 신촌기차역 근처, 신촌지구대 맞은편 골목 안 한옥식 집에 있는데 찾기가 좀 힘들어 그렇지 고즈넉한 맛이 있다. 교보타워 사거리와 논현역 사이 은도빌딩 지하 1층에 지난 22일 문을 연 강남책방은 앉을 자리가 넉넉하다.
▲ 종로구 청진동‘광화문책방’에서 손님이 책을 고르고 있다. /광화문책방 제공
필요한 책을 찾아내는 게 목적이라면 마포구 노고산동 '숨어있는 책'(02-333-1041)이 가볼 만하다. 문학·예술·인문·사회과학·종교서적에 외국 원서까지 책 6만여 권을 갖췄다. 출판사에서 일해본 적 있는 노동환(45)·이미경(42)씨 부부가 9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책장과 통로마다 빽빽이 쌓인 책더미를 뒤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방 이름은 '주목받지 못했던 책을 새롭게 발견하는 곳'이란 뜻이란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8번 출구에서 홍대 쪽으로 7분쯤 걸어 골목 안에 있다.

좀 특이한 책방을 찾는다면 은평구 응암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2sangbook.com)에 가보자. 책은 2000권 남짓이지만 모두 주인 윤성근(36)씨가 직접 읽어본 것들이다. 어떤 주제의 책을 찾는다고 얘기만 하면 윤씨가 적당한 책을 추천해준다. 철학과 영미문학 도서가 많아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행된 30여 가지 판본을 갖췄다. 북카페를 겸하고 있어 대형스크린, 기타와 음향시설이 갖춰진 무대, 앉아서 책을 읽을 공간이 마련돼 있다. DVD를 갖고 가서 꿀모과차나 허브차를 사 마시면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기타 연주를 해봐도 된다. 지하철 6호선 응암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가야 한다.

서대문구 홍제동 주택가 '대양서점'(02-394-4853)은 추억을 되돌려 주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알프스 소녀 하이디' 'ET' 같은 옛날 만화나 영화의 LP판이 책장 위에 늘어선 모습부터 보인다. 겨울이면 주인 정태영(37)씨가 손수 유자차를 끓여서 내오는데, 따뜻한 차를 마시며 둘러보는 책방 안 풍경이 정겹다. 난로에 바람을 불어넣어 불을 일으킬 때 쓰는 '풀무',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로봇, 1970년대 드라마 대본처럼 오래된 물건들이 책과 함께 진열돼 있다. 헌 책이라면 종류를 따지지 않고 다양하게 취급하지만, 중·고교 참고서와 로맨스 소설이 많아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대학가와 멀어서 대학 전공서적은 거의 없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4번 출구에서 20m쯤 똑바로 걸어간 뒤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디자이너나 화가지망생처럼 예술혼을 지닌 사람들에게 친숙한 헌책방도 있다. 종로구 창성동 '가가린'(02-736-9005)'에선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도록(圖錄)이나 미술잡지를 싼값에 살 수 있고 디자인 전문 출판사들과 연계돼 있어 흔치 않은 사진집을 정품으로 구할 수 있다.

일본 인기 사진작가 아사다 마사시(淺田政志)와 일본사진협회가 신인상을 준 이시카와 나오키(石川直樹) 등의 사진집이 눈에 띈다. 디자이너들이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도 팔고, 지나간 영화잡지·미술잡지를 거저 갖고 갈 수 있게 책방 앞에 쌓아뒀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간 뒤 통의동 우체국을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나오는데, 간판이 작아 책방을 찾기 힘드니 위치를 알아놓는 게 좋다.

 

**조선일보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배준희 인턴기자(경북대 영어교육과 4년), 오상혁 인턴기자(광운대 국어국문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