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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오스트레일리아를 보고

석전碩田,제임스 2008. 12. 22. 17:37

(제일 하단..유투브를 실행하시면 Over the Rainbow 노래를 들으시면서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ㅎㅎ)

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영화 한편을 감상했습니다. 언뜻 들으면 무슨 영화 제목이 그래 하면서 의아해 할 수 있는 제목, <오스트레일리아>.

온 가족이 호주에서 몇 년간 살다가 온 분이 자신의 가족이 함께 본 영화인데, 너무 좋다면서 추천해 준 영화였습니다. 언젠가는 호주나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주로 여행을 한번 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던 차에, 영화를 통해서 호주의 광활한 풍광도 접할 수 있다는 말에 만사 제쳐두고 영화관으로 달려갔는데, 결론은 대만족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두 아들에게 "난 몇 군데 부분에서 울었는데 너희들은 어떠냐?"라고 물었더니, 둘이 이구동성으로 "울 뻔했어요."란다. 사실, 가족들에게 영화를 보러가자고 제안을 하면 자기표현에 비교적 솔직한 둘째 녀석은 "아빠가 보자는 영화는 잠이오는 영화라서 가고 싶지 않다"곤 하는데, 그 날도 예외는 아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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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영화를 보고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자기 나라의 아름다운 것들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전 세계인에게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부러웠습니다.  끝을 볼 수 없는 대지와 광야, 그리고 수세기 동안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계곡,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과 너무나 아름다운  일몰 등 ... 더구나 미국 헐리웃에서도 성공하여 인정받고 있는 호주 출신의 명 배우인 '휴 잭맨'과 '니콜 키드먼'을 내세워  광활한 자연의 영상과 함께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대작'이 만들어 졌으니까 말입니다.

 

    

 

무엇보다 영화 <오스트레일리아>는 그 이야기 구성이 잘 짜여져 있습니다.  영국의 귀족 새라 애쉴리(니콜 키드먼)는, 연락이 끊긴 남편을 찾아 호주의 ‘다윈’으로 건너옵니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남편의 부고 소식과 그가 남긴 거대한 농장,1천 5백여 마리의 소떼 뿐. 난생처음 마주한 소떼에 어찌할 줄 모르던 그녀는, 거칠고 투박한 ‘드로버(소몰이꾼, 잭 휴맨)’에게 도움을 구하는데, 판이한 성격의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한편, 호주의 광활한 자연 속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새라는 뜻밖의 사건을 통해 부모를 잃은 원주민 소년 눌라와 교감을 나누는 우정을 쌓게 됩니다. 눌라를 통해 새라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 가게 됩니다.

 

2차 세계 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농장을 빼앗으려는 목장 관리인 닐 플레쳐와 킹 카니의 사악한 음모로부터 남편의 유산을 지켜내기 위해 새라는 눌라와 드로버, 그리고 1천5백여 마리의 소떼를 이끌고 척박한 북부 호주를 가로지르는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기나긴 여정 속에 새라는 차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 호주의 아름다움과 힘에 매료되고, 드로버를 향한 열정이 생기는 한편, 눌라에게는 모성애까지 느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변해갑니다.  하지만, 일본군이 감행한 다윈 폭격의 전쟁터에 갇히게 되면서 이 기이한 조합의 가족은 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진행되는 영화의 이야기는 예전의 몇몇 고전 영화들처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가슴과 영혼에 안락함을 전해 줄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역경과 고난, 눈물을 통해서 모든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가슴 뭉클한 사랑 이야기.

 

 

이 영화를 100%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주에서 시행했던 하나의 정책을 이해하고 있어야 될 듯 합니다.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란 호주의 토착세력인 아보리진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아이를 말합니다. 호주 정부가 ‘동화 정책’, ‘문명화 정책’이란 명분 아래 부모에게서 아이들을 빼앗아 백인 가정에 강제로 입양했기에 ‘도둑맞은’이란 명칭이 붙여졌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혼혈인 눌라가 경관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것 역시 이 정책 때문이지요.

 

도둑맞은 세대를 다룬 영화 <토끼울타리>


1915년부터 1969년까지, 약 10만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헤어져 백인 가정과 선교 기관에 맡겨졌습니다. 이들은 집주인으로부터 성폭행 등 각종 학대에 시달렸고,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과 알코올에 매달렸습니다. 그 결과 아보리진의 자살률은 일반 호주인들보다 두배 이상 높아졌고, 평균 수명 또한 17년 이상 짧아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지요.  이후 ‘도둑맞은 세대’를 조명한 연구 서적과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충무로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던 필립 노이스의 <토끼울타리> 또한 ‘도둑맞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자막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그리고, 2008년 올해 2월13일,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국회의사당에서 ‘도둑맞은 세대’와 그 후손을 위한 공식사과를 했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동화 정책을 시행한 이래 호주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건 100년 만에 처음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점이 흥미를 반감 시킬 수도 있지만 감독은 이 영화에서 그런 점 보다는 이전의 인종간 문제를 '서로간의 이해와 사랑으로 하나 되는 국가'를 알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긴 영화(상영시간 : 2시간 40분)이지만 지루한 부분없이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일 만큼 가족과 함께 보는 영화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